뉴시스
학교 내 화장실 용변 칸에서 소변을 보던 친구를 몰래 훔쳐본 행위는 학교폭력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중학생 A 군이 인천시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봉사활동과 특별교육 등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하고, A 군에게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B 군이 소변을 보려고 용변 칸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그자 A 군은 옆 칸에 따라 들어갔다. 이어 A 군은 변기를 밟고 올라가 위에서 B 군을 몰래 내려다봤다.
바지를 벗은 채 소변을 보던 B 군은 “선을 넘지 말라”며 A 군에게 불쾌함을 표했다. 결국 한 달 뒤 학교폭력 대책심의위가 열렸다.
B 군은 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에 “당시 A 군이 내 성기를 봤다”며 “사과하라고 했더니 건성건성 했다”고 적었다. 또 “A 군이 장난을 친 것 같지만 피해가 좀 컸다”며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학폭위는 A 군에게 봉사활동 4시간과 특별교육 4시간을 부과했다. A 군이 변기를 밟고 올라가 친구의 소변보는 모습을 본 행위에 대해 학교폭력 중 하나인 ‘성폭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처분 내용을 통보받은 A 군은 위법하다며 지난해 6월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B 군이 숨기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고 옆 칸에 들어가 내려다봤다”며 “소변을 보는 것 같아 그냥 (변기에서)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해당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에 성폭력은 성립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성폭력에 따른 학교폭력’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 군은 숨기 장난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둘의 나이와 지능 등을 고려하면 당시 오인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용변 칸에서 B 군이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A 군이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