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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도시서 남부로 인구 대거 이동… 남부 경제 ‘청신호’

입력 | 2024-02-15 11:00:00

고학력에 어린 자녀 둔 M세대, 피닉스 잰슨빌 등으로 이동
WP “재택근무 활성화로 대도시 네트워킹에 문제 없어져”




2021~2022년 미국 내 이주 인구를 나타낸 지도. 뉴욕, 워싱턴DC 등이 위치한 북동부 지역과 실리콘밸리가 있는 서부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순감했음을 나타내는 빨간색 표시로 가득하다. 반면 파란색 표시가 돼있는 남부의 도시들은 인구가 순증가 했음을 의미한다. 출처 미국 인구조사국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를 빠져나가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편에선 2급지 등이 활력을 얻는 등 ‘청신호’도 관찰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병행이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자리잡으면서 우려하던 저성장 현상은 이로 인해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 시간) 이 매체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대도시에서 노동자와 자본이 이탈하면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수년간 저성장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지만, 팬데믹 이후 이러한 개념이 대대적으로 재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인구조사국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실제로 과거에는 ‘휴양지’로 여겨졌던 남부 지역 인구는 2022년 128만 명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15개 도시 중 9곳도 이 지역에 있다. 반면 같은해 뉴욕, 워싱턴DC, 보스턴 등 미국 최대 도시들이 포진해 있는 북동부 지역에서는 약 46만 명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처럼 ‘마천루 시대’를 이끌던 뉴욕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경게 침체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WP는 우선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활성화로 인해 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업과 원활하게 네트워킹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WP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피닉스, 잭슨빌 등 비교적 물가가 싼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주로 어린 자녀를 둔 밀레니얼 세대 중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인 점에 주목했다.

또한 이 매체는 대도시 주택은 진붙부터 포화 상태로, 팬데믹 이전부터 사람들이 남부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도시에 거주하기 위해 지불하던 값비싼 임대료와 주택담보대출 이자의 일부를 사업과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게된 점도 긍정적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2월 19일 피닉스 시청사 모습. 피닉스시 홈페이지

대규모 유입자를 받아들인 도시들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봤다. 실제로 2급지로 여겨졌던 피닉스와 샌안토니오는 미국 10대 도시에 진입했으며, 잭슨빌과 샬럿 또한 인구 100만 명을 앞두고 있어 ‘떠오르는 도시’로 불린다.

이같은 인구 변화가 이미 남부 지역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0년대에 들어 테슬라를 비롯해 오라클·휴랫팩커드·드롭박스 등 IT 기업들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 남부의 텍사스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게다가 반도체와 녹색 에너지에 대한 정부와 민간 투자가 늘면서 남부에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미국의 공공 정책기관인 경제혁신그룹(EIG)의 경제학자 벤자민 글래스너는 “사람들이 이동함에 따라 남부의 선벨트(텍사스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어지는 남동부 신흥산업지대)에서 사업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WP는 유입 인구가 늘자 플로리다 등 지역들도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주택 위기 및 임대료 인상의 부작용을 겪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뉴욕의 상업부동산 침체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은행을 흔드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도 나온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