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기술은 다양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유용성을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상황에서도 설득의 기술은 중요하다. 기존에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설득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늘어나는 만큼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설득할 방법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상황에서는 말하는 사람과 설득 대상 사이의 상호작용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상황에서는 가벼운 악수, 눈맞춤 등을 통해 호감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집중하는 영역은 바로 목소리 톤이다. 음색이 설득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웨스턴대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 미국 휴스턴대, 인디애나대, 홍콩시티대 공동 연구진은 온라인에서 목소리 톤이 대상을 설득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연구 가설을 테스트할 데이터를 확보했다. 킥스타터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가운데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텍사스 등 미국 주요 도시 세 곳에서 진행된 음악 관련 프로젝트 8327개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에서 목소리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목소리 톤의 세 가지 특성이 펀딩 성공 여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중력 있는 어투, 덜 강조하는 듯한 톤, 안정적인 감정 표현이 잘 전달될 때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더 신뢰를 가졌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특성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설득을 위한 목소리 톤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타인을 설득할 때 자신감을 잘 전달하려면 중요한 대목에서 강한 톤으로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지나치게 강조점을 드러내는 목소리 톤은 오히려 자신감이 없고 과장되게 강조한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설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톤보다는 높낮이 없이 안정적인 목소리 톤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86호(2024년 1월 30일자)에 실린 ‘큰 목소리와 자신 있는 말투, 때론 역효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