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한국사회에 미친 심대한 영향 진보 몰락시키고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 극심한 이념갈등·상식파괴·가치관 전도… 죄짓고도 “모른다”는 철면피 전성시대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은 억울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부적격자로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을 지목했다. 당장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 부동산정책 실패에 책임 있는 문 정권 사람들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임종석이 공천을 못 받게 생겼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엔 동의한다. 하지만 윤 총장 임명을 윤 정권 탄생의 원인처럼 지목하는 건 억지스럽다. 지금의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총장 임명 당시 문 대통령한테 ‘우리 총장님’ 소리까지 들으며 ‘살권수’(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독려받았던 사람이다.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해야 옳다. 2021년 알앤써치의 문 정권 국정 평가조사에서도 가장 큰 실정으로 꼽힌 것이 부동산정책(41.8%), 두 번째가 조국 장관 임명(10.2%)이었다. 2019년 8월 대통령이 조국을 장관으로 지명하지 않았다면, 검찰총장이 정권에 ‘도전’하고 야당 대선 주자로 뜨는 일은 없었을 공산이 크다. 어쩌면 자칭 사회주의자 조국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 현재 대통령으로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강남 좌파를 자처했던 조국은 도덕성을 코에 걸었던 진보의 위선을 부끄럼 없이 노출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도 법무부 장관 임명-사퇴를 거치면서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갔다. 2019년 ‘서울대인 조국 사퇴 촉구’ 집회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김근태 의원은 “조국 사태가 정권교체의 시발점”이라고 했다. “나는 진보”라는 응답도 탄핵 국면인 2017년 1월 37% 최대치에서 내려오기 시작해 윤 총장이 사퇴한 2021년 4월 26%로 “나는 보수”와 동률을 기록했다. 2023년 현재 우리 국민의 주관적 정치 성향은 보수가 30%, 진보가 26%다.
86운동권그룹의 위선적 도덕주의를 선명하게 보여준 이도, 그리하여 86 청산 요구를 불러온 이도 조국으로 봐야 한다. 평등과 공정, 정의와 개혁을 말하면서 자기 딸은 외고에서 고려대 이과계열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보낸 내로남불의 끝판왕이 조국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발뺌한 적도 있다. 2011년 칼럼에서 이를 지적하자 그는 “내 속의 ‘위선’과 ‘언행불일치’를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나 동아의 공격에 위축될 생각은 없다”고 트위터로 나의 ‘저급철학’을 비난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위선과 언행불일치는 날로 심해졌음이 ‘윤석열 검찰’을 통해 드러났다. 허위 인턴십 확인서와 위조 봉사표창장 등 자녀 입시비리로 그는 최근 2심에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가짜 증명서까지 만들어 딸에게 지위를 물려주는 ‘세습 자본주의’의 추악한 죄악을 자행하고도 2016년 ‘재(再)봉건화의 시대, 정의를 말한다’란 강연에서 “내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내 노력의 결과가 결판 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 문제”라고 강조했던 강심장이 놀랍다.
둘째, 조국은 대입제도까지 바꿔 놨다. 돈으로도 만들 수 없는 그들만의 스펙 쌓기가 ‘엄빠(엄마 아빠) 찬스 계급’에선 가능하다는 사실을 노출하면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졸속으로 발표돼서다. 정시는 확대되고 학생부 등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가 폐지되자 2018년까지 20조 원 아래였던 사교육비도 급증했다. 2019년 21조 원에서 2022년 무려 26조 원이 됐다. 살림은 더욱 팍팍해졌고 수능까지 어렵게 나오면서 국민 심성까지 파괴되는 형국이다.
좌파 정치인은 물론 지식인까지 조국의 범죄 아닌 검찰 수사를 공격하며 ‘검찰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처럼 재판 중이어도, 조국처럼 유죄 선고를 받고도 태연히 출마하고, 신당 창당에 나서 대법원 판결 때까지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죄를 짓고도 “모른다” “떳떳하다”며 오리발 내미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조국이 끼친 영향 때문에 우리는 이미 ‘조국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