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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배터리 R&D 인력난… 그나마 어렵게 키운 인재도 미-유럽行

입력 | 2024-02-14 23:54:00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금세라도 한국을 추월할 기세다. 중국을 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점유율은 2위 CATL에 0.3%포인트 차로 따라잡혔다. ‘K배터리’ 3사의 통합 시장 점유율 역시 50% 밑으로 하락했는데, 줄어든 부분은 대부분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채웠다.

최근 중국 배터리 산업의 약진에는 중앙·지방정부의 연구개발(R&D) 인력 육성 지원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산업이 모여 있는 중국 옌청시 지방정부의 ‘황해명주 인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학사·석사·박사 등 인재의 등급에 따라 최대 40만 위안(약 7400만 원)의 주택구입자금과 별도의 생활비 등을 현금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다른 배터리 핵심기지 창저우에선 기업이 최고급 해외 인재를 영입할 경우 최대 수십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방정부가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지원 체계에 비하면 한국의 배터리 인재 육성책은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달 정부가 배터리 특성화 대학원 3곳을 정해 연구장비 구입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처럼 우수 인재에 대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업의 대학원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도 대학 한 곳이 석박사 10여 명을 배출하는 데 그친다. 어렵게 키운 인력들마저 한국보다 대우에서 큰 차이가 나는 미국·유럽 기업에 취직하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배터리 기업은 늘 우수 인재가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미래산업 분야의 초격차 경쟁력은 결국 우수 인재의 수와 R&D 투자의 총량으로 결정된다. 작년 1∼9월 중국 CATL의 R&D 투자 규모는 2조7500억 원으로 한국 배터리 3사 투자비를 합한 것보다도 1조 원 정도 많았다. 게다가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첨단학과 합격생 중 상당수가 의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도 전에 한국이 인재, 투자 전쟁에서 먼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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