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절반 수준 대출에도 고위험 투자 늘려 부실 ‘부메랑’ 일부 캐피털사 신용등급 하향 “연내 디폴트 나올수도” 우려
국내 한 캐피털 회사의 최대주주 A 씨는 보유 중인 기업을 팔기 위해 인수 후보군을 1년 가까이 찾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A 씨는 “금리가 낮은 시기에는 캐피털 회사로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어 금융권 오너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연체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 등으로 캐피털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부동산 PF 위기가 현실화된 가운데 캐피털사들의 연체액 부담이 금융업권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과 달리 고위험, 고수익 PF 대출에 주력해 온 것이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지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캐피털 업계의 부실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캐피털 PF 연체액, 금융권 최대
캐피털사들은 저금리 시기 부동산 호황기 때 중·후순위 대출과 브리지론(토지 매입 전 단기대출)에 집중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털의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과 브리지론 비율은 각각 150%, 83%로 저축은행과 증권 등 다른 업권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PF 대출 건전성이 악화된 오케이캐피탈, M캐피탈, DB캐피탈 등의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캐피털의 PF 대출 부담은 타 금융권 대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A급 이하 회사는 부실 대출 정리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올해 신용등급·실적 악화 본격화 우려
캐피털은 별도의 수신 기능이 없어 유사시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최대주주의 추가 자금 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연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거나 새 주인을 찾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후순위 PF 대출 비중이 높은 캐피털사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며, 대주주의 증자 여력이 부족한 회사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회사의 경우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