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14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1일 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와 서모 씨는 김 전 부원장이 검찰에 긴급체포된 직후부터 수사 및 재판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 대선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전 경기도에너지센터장 신모 씨, 성준후 민주당 부대변인 등과 함께 대응을 논의했다고 봤다.
●‘김용 일정표’ 취합하고 ‘드래곤2’ 텔레그램방에서 논의
검찰에 따르면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알려진 2021년 4월~8월 신 씨 등 김 전 부원장 주변인물들의 일정을 먼저 취합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김 전 부원장의 카드사용내역, 구글캘린더,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을 확보해 ‘김용 일정표’를 취합했다고 한다. 이후 2022년 11월 김 전 부원장이 구속기소되자 측근들은 김 전 부원장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검찰과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고자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장과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총괄을 맡고 대장동 의혹 등에서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 등이 법률 파트를, 신 씨 등이 조직 파트를, 성 부대변인이 직능 파트를 맡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의 지시로 재판 증거를 수집하고 증인신문 계획을 수립하는 등 김용 재판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검찰은 “(피고인들이)‘드래곤2 실무논의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김 전 부원장들의 변호인과 재판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고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은 지난해 4월 김 전 부원장의 금품수수 날짜를 2021년 5월 3일로 특정하는 의견서를 냈다. 박 씨와 서 씨는 김 전 부원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 변호사로부터 이 의견서를 전달았다고 한다. 이후 이들이 미리 준비한 ‘김용 일정표’를 뒤져 신 씨가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경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이모 씨를 만난 사실, 이날 김 전 부원장의 일정이 전혀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용도 허위 알리바이 담긴 의견서 보고받아
그럼에도 박 씨는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신 씨가 2021년 5월 3일에 김 전 부원장을 만났다고 하니 신 씨의 말에 맞춰 당일 김 전 부원장을 만난 것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씨는 이 씨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는 등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씨 증언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2021년 김 전 부원장과 이 씨가 만난 횟수, 당시 김 전 부원장의 복장 등도 거짓으로 증언하도록 요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이 씨가 실제로 법정에서 위증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신문에 말문이 막히자 김 전 부원장의 변호사가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정황도 적시됐다. 검찰이 이 씨가 증언을 하게 된 경위를 물으며 “누가 처음으로 연락해 2021년 5월 3일에 일정을 확인했느냐”고 물었는데 이 씨는 박 씨와 서 씨의 존재를 밝힐 수 없어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변호사가 즉석에서 “제가 연락했다”며 거짓으로 답을 했고, 이에 이 씨가 거들었다는 것이다.
박 씨와 서 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 씨의 위증 과정에 관여한 다른 관계자들은 없었는지 등 배후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건 범행이 이 대표 대선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직적으로 계획된 측면이 있어 가담자들의 공모관계 등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시작 후 검찰이 제시한 범죄 일시의 모든 알리바이 확인을 하며 재판에 대비했고 그 과정에서 신 씨를 통해 알리바이가 확인 돼 증언을 부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 씨가 증거를 조작한 것은 유감이지만 이는 김 전 부원장 측과 관계가 없고, 당시 이 씨의 증언 또한 본인의 기억에 따른 것이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