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게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요? 게임사마다 자체 마켓을 개설하여 자사 게임을 판매하는 시대지만, 게임 이용자가 가장 애용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벨브의 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스팀’입니다.
게임 시장에서 ‘스팀’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스팀’에 인기 게임으로 선정됐다는 이유 하나로 큰 화제가 되기도 하고, ‘스팀’에서 어떤 게임이 많이 플레이됐는지에 따라 그 게임의 인기 척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죠.
출처=스팀
스팀은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이지,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가 아닙니다. 이를 테면, 여러 회사가 입점한 쇼핑몰에서 신상 제품을 세일하고, 70~80% 정도의 할인 판매도 항상 진행하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개발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스팀은 왜 항상 ‘세일’을 진행하고, 개발사는 왜 이 ‘세일’에 왜 동참하는 것일까요?
세일을 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기존 판매 가격보다 가격을 낮춰 판다는 것은 구매를 유도하는 오랜 판매 방식이죠. 다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 세일을 너무 과하게 진행하면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됩니다.이에 비해 스팀은 디지털 유통 플랫폼이라, 게임 구매 후 즉시 게임을 설치할 수 있으니 게임 패키지 같은 부속물 생산 비용이나 게임 유통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에 스팀 할인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 곧바로 게임 판매 증가로 연결됩니다.
항상 진행되는 인기 타이틀 할인 판매 / 출처=게임동아
이는 개발사에도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비록 기존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만, 만 원에 하나를 파는 것보다 5천 원에 3~4개를 파는 것이 더 이익이 크니까요. 더욱이 다른 산업군과 달리 게임은 추가 판매에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단지 스팀에 사용되는 ‘스팀 CD 키’를 새로 발급하면 그만입니다.
스팀 할인 판매 페이지 / 출처=밸브
특히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하는 게임 시장에서 이 세일 전략은 게임을 장기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AA’급으로 구분되는 대작 게임의 경우 수천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는데, 주기적인 세일로 꾸준히 게임을 판매하여 투자 비용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고, 주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스팀의 세일 심리학
물론 이런 장기적인 세일 전략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세일이 계속되다 보면 게임보다 세일에 더 집중하여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기다리면 세일하는데 굳이 왜 제값 주고 구매하나?’라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락스타 게임즈 할인 / 출처=밸브
이 실험에서는 소비자 제품 설문조사인 척하면서, 사람들에게 두 병 중 하나에서 초콜릿칩 쿠키를 제공했습니다. 하나에는 쿠키가 많이 들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몇 개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빈 병에 담긴 쿠키가 더 맛있고, 더 비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병 모두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의 쿠키였는데도 말이죠.
이처럼 수요와 공급은 물건 가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일정 기간 진행되는 세일이 대중들에게 한정된 기회로 인식되고, 게임의 구매 욕구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재밌는 게임이라고 들었는데, 이왕 할인하는 김에 한번 해볼까?’라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스팀은 특정 기간 할인 이외에 ‘프랜차이즈 세일’, ‘개발사 세일’ 등 다양한 세일도 함께 진행합니다. ‘프랜차이즈 세일’은 게임 시리즈 전체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개발사 세일’은 특정 개발사에서 제작한 게임 수십 개가 일제히 할인에 들어가죠.
특히, ‘프랜차이즈 세일’의 경우 시리즈 중 몇몇 작품만 해본 이용자에게 시리즈 전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용자가 입문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합니다. 이를 통해 시리즈의 매력을 알게 된 이용자는 추후 출시되는 프랜차이즈 신작의 신규 고객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친구의 구매 목록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출처=게임동아
올해는 국내 게임사들의 스팀 진출이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어떤 게임이 이 치열한 스팀 판매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지 이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