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가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의 유엔 주재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쿠바는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불리며, 한국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이번 수교는 이달 초 쿠바 측의 깜짝 제안에 따른 것으로 양국은 극비 접촉을 통해 신속한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 왔던 만큼 물밑 접촉을 거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으로,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북한의 오랜 우방 쿠바가 한국과 수교한 것은 이념보다 경제협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실용주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혁명의 나라’로 유명한 쿠바는 그간 북한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간 유대를 기반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노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북한이 불법 핵 개발로 갈수록 고립돼 가던 와중에도 쿠바는 꾸준히 호의적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쿠바 간 경제협력이 커지고 한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쿠바 내에 널리 퍼진 한류의 현실을 보면서 이념적 의리가 아닌 경제적 실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쿠바의 수교 결정은 냉전 종식 이래 우리 정부가 쿠바와 각종 교류 협력을 확대하며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데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쿠바는 우리의 수교 제안에 줄곧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난에 시달리는 쿠바로서는 만성 기근의 나라보다는 눈부신 발전의 나라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관계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강경책을 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쿠바의 현실주의적 결단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