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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모인 슈퍼볼 우승축제 중 ‘탕탕탕’… 22명 사상

입력 | 2024-02-16 03:00:00

캔자스시티 행사장서 총기난사
40대 여성 숨져… 15명 중상
용의자 3명 체포 범행동기 조사
바이든 “미국인 영혼에 깊은 상처”



부상자 긴급 이송… 피로 얼룩진 축제 14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우승 축하 퍼레이드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부상을 입은 여성이 이송되고 있다. 캔자스시티=AP 뉴시스


“폭죽인가?”

14일 미국 중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존 오코너 씨는 15∼20회의 짧은 폭발음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3일 전 ‘슈퍼볼’로 불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에서 지역 연고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우승한 것을 기념해 대규모 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폭죽 소리라고 지레짐작했다.

오코너 씨는 멀리서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고서야 총기 난사가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근처에 보이는 한 창고로 무조건 뛰어 들어갔다”고 지역지 캔자스시티스타에 말했다.

이날 캔자스시티 도심 유니언 기차역 서쪽 출입구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인기 진행자인 40대 여성 리사 로페즈갈반 씨로 알려졌다. 같이 있던 그의 아들, 사촌 두 명 또한 총에 맞아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15명이 중상자여서 인명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사고는 NFL 챔피언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우승 행사 종료 직후 발생했다. 이 행사에는 100만 명 가까이 운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은 행사 무대 서쪽에 서 있던 용의자가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3명을 체포했지만 아직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최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슈퍼볼 우승 축하 자리에서 참극이 발생하자 전 미국이 경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슈퍼볼은 미국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행사인 만큼 이번 참극이 미국인의 영혼에 남긴 상처도 깊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부터 공격용 총기 및 대용량 탄창의 판매 금지, 총기 판매 시 신원 조사 강화 등을 주장했지만 야당 공화당이 반대해 좀처럼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부상자 긴급 이송… 피로 얼룩진 축제 이날 캔자스시티 도심의 유니언 스테이션 일대에 시민들이 모여 지역 연고팀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당국은 최소 100만 명이 축하 행사에 참가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캔자스시티=AP 뉴시스

이날 참사가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총기 난사 6주기 날에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2018년 2월 14일 해당 학교에서 퇴학당한 10대 학생이 모교를 찾아가 총기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해 17명이 숨졌다. 캔자스시티 치프스 소속 선수인 찰스 오메니후는 소셜미디어에 “몇 명이 더 죽어야 총기법을 고칠 것이냐”며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사고로 피해를 입은 캔자스시티 치프스 관계자는 없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인으로 유명한 선수 트래비스 켈시도 현장에 있었지만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는 호주 공연을 위해 출국했던 터라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