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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죽은 정자에 초음파로 ‘채찍질’

입력 | 2024-02-16 03:00:00

호주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정자에 고주파 초음파 노출
운동성 최대 266%까지 향상
“남성 난임 보조 치료에 활용”



고주파 초음파가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출산 시대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여성은 물론 남성의 가임 능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의 가임 능력에 정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운동하는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운동성이 낮으면 정자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해 임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운동성이 높은 정자가 많을수록 정자의 난자 도달률이 높아지고 임신 확률이 올라간다.

에이드리언 닐드 호주 모내시대 전기·컴퓨터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정자의 움직임과 유영 속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5일 발표했다. 운동성이 급감한 정자에 초음파 기술을 적용해 정자의 움직임을 최대 266%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남성 난임 환자를 위한 보조 치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자의 운동성이 낮아 가임 능력이 떨어진 남성의 가임력을 높이는 손쉬운 전략으로는 금연, 적정 체질량 지수 유지, 운동 등이 거론된다. 적극적인 치료법으로는 약물이나 호르몬 치료법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약물은 ‘펜톡시필린’이다. 정자의 질과 운동성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정자의 DNA에 손상을 입히는 등 잠재적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남성 호르몬 요법은 장기간 시행 시 오히려 정자 생성을 억제하거나 무정자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보다 안전한 치료법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연구팀은 20∼40세의 건강한 남성 3명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 연구에 활용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mL당 2000만∼4000만 개의 정자를 보유했다. 이는 정상적인 수치로 mL당 1500만 개 미만일 때 난임으로 평가한다.

연구팀은 개별 정자의 운동성을 세포 수준에서 평가하기 위해 ‘액적(물방울) 기반 미세유체 기술’을 활용했다. 액적 기반 미세유체 기술은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유체를 이용해 미세유체가 서로 분리되도록 만드는 기술로 생체 내 반응을 미세한 규모에서 짧은 시간 빠른 속도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증자로부터 얻은 정자 중 운동성이 없거나 운동성이 떨어진 정자 세포에 고주파 초음파를 적용한 뒤 액적 기반 미세유체 기술로 운동성의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초음파 노출이 정자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정자의 유영 속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정자의 운동성은 최대 266%까지 향상됐다. 운동성이 없는 정자의 34%가 운동성이 생기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나이가 45세를 넘으면 정자의 운동성이 크게 감소한다. 강남차병원 남성의학 연구팀이 지난해 대한비뇨의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년 남성은 젊은 남성 대비 정자 운동성이 11%포인트 낮다. 부부가 자녀 계획을 한다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나이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남성 생식력을 보존하기 위한 보다 안전한 치료법도 필요한 상황에서 초음파 기술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초음파가 남성의 난임 보조 치료로 유망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