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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예정없던 수교안 상정… 종이로 배포, 의결 후 회수

입력 | 2024-02-16 03:00:00

[韓-쿠바 수교]
사전노출시 北 강한 반발 등 우려
필수절차 각의 의결도 극비리 진행
국무위원들도 상정 때까지 몰라




정부는 14일 밤 전격 발표한 쿠바와의 수교에 대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절차였던 국무회의 의결도 발표 전날 극비리에 진행했다.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서울과 세종에 나뉘어 앉은 국무위원들이 화상으로 진행한 이 회의에 국무위원들이 미리 듣지 못한 안건 하나가 갑자기 상정됐다. 한국이 사회주의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던 쿠바와 수교를 맺는다는 안건이었다. 당초 이날 회의는 대통령 주재가 아닌 총리 주재로 법률안 39건 공포, 대통령령 7건 개정 안건 등이 주요 사안으로 언론에 사전 설명됐다.

그나마 의결을 위한 수교안은 종이 인쇄본으로만 배포됐다. 국무위원이 앉은 책상 컴퓨터 모니터에도 나오지 않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이때서야 쿠바와의 수교가 임박했음을 파악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14일 밤 공식 발표 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지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수교안이 의결되고 국무회의가 끝나자 배포된 서면 자료를 회수하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정부는 국무회의 종료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수교안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했다. 보도자료에는 13일 국무회의에서 법률 공포안 39건과 대통령령 7건 외에 ‘일반 안건 1건’을 의결했다고 설명돼 있다. 정부 대변인이던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수교 내용은 일절 함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쿠바와의 수교가 사전에 노출됐을 때의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국무회의 의결도 극비리에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헌법 89조는 외국과의 조약안이나 중요한 대외 정책 사안,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등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외교부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국무회의에 상정한 것은 헌법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수교 추진 사실이 공개됐을 때 불거질 위험성을 최소화하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쿠바와의 수교가 외부에 미리 알려졌을 경우 예상되는 북한의 강한 반발 등도 고려했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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