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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관악 토박이’ 오신환이 광진엔 왜 왔나…오세훈 인지도에만 기대”[총선 LIVE]

입력 | 2024-02-16 11:45:00


올해 4·10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선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초선)과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이 맞붙게 됐다. 광진을은 1996년 이후 28년간 7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정당이 승리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정치권에선 최근 들어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달아 국민의힘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자 ‘광진을’을 반드시 뺏겨서는 안 되는 격전지로 꼽고 있다.

특히 오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고 의원에게 석패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이다. 오 전 의원은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오 전 의원과 고 의원의 맞대결은 ‘4년 만의 설욕전’, ‘리벤지 매치’로 불리며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의 대진표가 확정된 15일, 광진구 자양동 자양 시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팽팽하게 엇갈렸다.

서울 광진을로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사무실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고민정 “오신환, ‘관악 토박이’가 광진엔 왜 왔냐…오세훈 인지도에만 기대”
15일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고 의원의 선거사무실에 들어서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주도’ ‘최초 여성 차석 지도부’ 등 최고위원 활동과 ‘지역 주차장 숙원사업 해결’ 등 지역 활동이 적힌 손팻말이 나열돼있었다. 고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윤석열 정권 심판론’과 ‘진짜 일꾼’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고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윤 정권 심판론’”이라면서 “경제·외교·민생 등 3대 무능 정부를 이번 선거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 4년여간 재건축·재개발 추진, 주차장 확보 등 지역 숙원 사업을 다수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진을 지역 발전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선 ‘진짜 일꾼’인 자신의 재선이 필요하다는 것.

고 의원은 맞대결이 성사된 오 전 의원에 대해 “이미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 정태호 의원한테 패배하면서 ‘가짜 일꾼’으로 심판받은 것 아니냐”면서 “‘관악 토박이’가 광진엔 왜 오셨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걸면서 ‘리턴매치’ 프레임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재선까지 했던 인물이 다른 이의 인지도에 기대는 것 아닌가. 자신의 정치적 체급에 대해 그렇게 자신이 없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고 의원의 선거사무실에 있는 의정활동 홍보 팻말

고 의원 측은 승리에 자신을 보이면서도 “광진을이 더 이상 ‘민주당 텃밭’은 아니”라며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고 의원 캠프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한강 주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재건축 사업이나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광진을에 많이 들어섰다”며 “원래 광진을은 서민들이 모여 살았다면 지금은 중산층 이상으로 교체되면서 정치적 성향도 다소 바뀐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 정치적 지형에 기대기보다 지난 4년간 주민 소통, 지역 숙원사업 해결 등에 주력해온 점을 부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민주당, 대안 없이 비판만” VS “그래도 여긴 민주당 텃밭”
다만 유권자들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자양시장에서 만난 상인 60대 류모 씨는 “민주당은 대안 없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만 하지 않느냐”면서 “고 의원도 지난 4년여 간 지역 발전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보다, 예산 따오는 것에만 열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이라는 60대 가정주부 A 씨도 “요새 민주당이 하는 게 너무 맘에 안 든다”며 “경기가 어려운데 대기업 법인세를 더 거두려고 하는 등 기업에 무리한 환경을 만들려 하지 않느냐”며 “윤석열 정부를 출범하게 한 장본인인 추미애는 왜 또 이번 선거에 나오려고 하냐”고 말했다.

반면 60대 후반이라고 밝힌 상인 김모 씨는 “아무리 그래도 여긴 민주당 텃밭”이라며 “호남 출신들이 민주당을 욕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견디기 어려워 결국 민주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보다는 현역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인 40대 박모 씨는 “최근 오 전 의원이 지하철역에서 아침 인사를 하길래 그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며 “관악에서 오래 살던 분이 갑자기 광진을에 출마하는 게 말이 되냐. ‘뜨내기’를 뽑아주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