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장관 “총리 직할 협의할것” 기시다 물밑접촉 가능성 배제 못해 美 “외교관계 지지”속 신중접근 요구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AP 뉴시스
“북한이 발표한 담화에 유의(留意)하고 있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동맹들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하는 건 지지할 만한 일이다.”(미라 랩후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과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하자, 미국과 일본은 원칙적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는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정상회담이 실현되도록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했다. 다만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하야시 장관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은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방북해 체결한 북-일 평양선언엔 대화를 통한 핵·미사일 해결과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발 방지 조치 등이 담겨 있다.
일본이 일단 선은 그었지만 물밑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외교적 성과를 돌파구로 삼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도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러시아가 아닌 한 북한이 하는 외교는 긍정적이지만, 북한은 항상 한국과 다른 나라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관심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북-일 정상회담이 당장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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