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회생활/이영숙, 최배영 지음/348쪽·2만2000원·동아시아
나무나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각자 따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식물도 동물처럼 일종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육상식물의 80∼90%가량이 뿌리에 사는 곰팡이인 균근균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균근균은 근처 다른 식물 뿌리의 균근균과 식물의 상처나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광합성을 잘하는 나무가 그렇지 못한 나무에게 당을 보내준다는 사실이 최근 캐나다 연구팀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여러 식물이 함께 천적에 맞서 공동 방어에 나서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사회생활을 하는 식물들의 단면이다.
이 책은 식물이 번영과 생존을 위해 경쟁과 협력을 해 나가는 모습을 과학적 연구 결과와 데이터로 분석하고 있다. 식물학자인 저자들은 각종 삽화와 그림도 함께 넣어 누구나 쉽게 식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식물의 사회생활도 인간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 자신을 위협하면 방어한다. 주변에 광합성을 방해하는 경쟁 식물이 많으면 ‘파이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식물은 이 단백질로 자신의 줄기를 길게 자라도록 함으로써 햇볕을 쬐기 위한 광합성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반대로 적극적인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이라는 조직 안에 박테리아를 배양해 필요한 당과 유기산을 제공받는다. 남태평양 피지섬의 개미들은 인간처럼 식물을 재배하는데, ‘스쿠아멜라리아’의 종자를 모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는다. 개미는 이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대신, 25만 마리가 살 수 있는 개미집을 줄기 안에 만드는 방식으로 공생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