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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허망한 ‘클린스만 축구’… 선수-팬들에 상처만 줬다

입력 | 2024-02-17 01:40:00

1년도 못채우고 불명예 퇴진 잡음
축구협회, 차기 내국인 선임 가닥
내달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앞둬
원포인트 사령탑 내세울 가능성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60) 경질이 16일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2월 27일 선임된 이후 354일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정몽규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전날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경질을 건의한 지 하루 만이다. 정 회장은 임원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에서 우리가 기대한 지도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전날 △전술적인 준비 부족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 부족 △선수단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지도자로서 팀 규율을 세우지 못한 점 △한국 체류 기간이 적었던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축구협회에 건의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1년도 되지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한국 축구로선 후임 사령탑 선임이 급선무가 됐다. 대표팀은 당장 다음 달 21일, 26일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축구협회는 곧바로 후임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감독 후보군 선정과 면접 등의 역할을 맡는 전력강화위원회부터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전력강화위원장도 새로 뽑는다. 지금의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독일 출신으로 전력강화위원들 중 유일하게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반대한 인물이다.

축구협회는 가능한 한 빨리 새 감독을 뽑겠다는 방침이지만 다음 달 태국전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물러난 뒤 클린스만 감독 선임까지는 83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3월 태국과 2연전을 위한 ‘원포인트’ 사령탑을 먼저 내세운 뒤 좀 더 시간을 갖고 바통을 이어받을 감독을 뽑을 가능성도 있다.

머리숙인 축구협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정 회장은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을 보인 것에 대해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뉴시스 

정 회장은 이날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해 국적에 대해선 아직 상의된 게 없다”고 했지만 축구협회 내에선 한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외국인 지도자는 선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데다 ‘클린스만 학습 효과’로 외국인 감독에 대한 축구 팬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과의 준결승 하루 전 멱살을 잡고 싸운 ‘대표팀 내분 사태’까지 감안하면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고 유대감이 좋은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축구인들이 ‘한국인 감독 선임’ 필요성을 축구협회 집행부에 전하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프로축구 울산의 홍명보 감독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감사” SNS 인사 올린 클린스만 16일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표팀 선수와 코치, 한국 축구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남겼다. 사진 출처 위르겐 클린스만 인스타그램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축구협회가 경질을 공식 발표하기 약 2시간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든 선수와 코치 그리고 한국 축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대표팀 사진과 함께 올렸다. 아시안컵 준결승 전까지 1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12개월을 두고서는 ‘놀라운 여정(incredible journey)’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경질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전화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먼저 알렸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화상으로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했을 때도 “아시안컵 4강은 나쁜 성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전술이 없는 감독’이라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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