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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리 “국민 생명 볼모 안돼…환자 곁 지켜달라”…대국민 담화

입력 | 2024-02-18 15:02:00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18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내고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높아지는 의료 수요에 비해, 지금의 의대 정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며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자 휴일 담화에 나선 것이다. 한 총리는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방침과 관련해선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함께 신중하게 논의하고 검증을 마친 결과치”라고 했다.

한 총리는 담화에서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의료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 총리는 “촌각을 다투는 중증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 치료는 물론 산모들이 분만할 병원을 멀리까지 찾아다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의사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처럼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 종사하시는 의료진들이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밤샘 근무, 장시간 수술, 의료 소송 불안감에 지쳐가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의료 수요와 기대 수준은 높아지는데, 낡고 불합리한 의료체계는 그대로 둔 채 의사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해온 탓”이라고 했다.

또한 한 총리는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한 명도 늘지 않았다”며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년 안쪽에 닥쳐올 현실이다.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의대정원 확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많은 의과대학들이 현재의 교육 여건과 기준을 준수하면서 더 많은 학생을 교육시킬 여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2년의 예과 과정이 있어 보완할 여유도 있다”며 “각 대학이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필수 의료와 실습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우선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의료 현장의 번아웃을 방지하겠다. 또한 지방병원 육성과 필수 의사 확보를 통해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맞춤형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도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의사들이 형사처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시는 일 없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며 “무엇보다도 필수 의료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 필수의료에 고난도, 고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공공정책수가 체계를 확대하여 추가 보상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병원의 중증‧필수 인프라 유지 보상을 위해 사후에 적자를 보전해주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전에 시도하지 않은 획기적인 방식으로 과감하게,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 총리는 의료계에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며 “부디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