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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타고 휠체어로 공원 산책”

입력 | 2024-02-19 03:00:00

서울 첫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오전 8시~오후 6시 무인-무료 운행
110m 거리 구릉지 3분이면 도착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 강화



서울 중구가 15일 개통한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다. 출발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는 무인운전 방식인 이 모노레일은 15인승으로, 신당현대아파트부터 대현산배수지공원을 연결하는 약 110m 구간을 운행한다. 이용료는 무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공원에 오려면 경사지 때문에 장애인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이렇게 쉽게 올 수 있게 되니 좋네요.”

15일 서울 중구 대현산배수지공원으로 휠체어를 탄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온 김모 씨(61)가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서울에서 처음 개통된 15인승 모노레일을 타고 공원을 찾았다. 그는 “공원까지 올라오는 길이 계단이나 경사지라서 휠체어를 밀고 오가기 위험해 자주 오지 못했다”며 “모노레일이 개통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원을 몇 년 만에 찾았다”고 했다.

관광지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노레일이 서울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 옆에 개통했다. 서울 시내에 시민의 이동 수단으로 모노레일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교통 약자 이동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 가파른 언덕길에 서울 첫 개통


15일 개통한 모노레일은 중구 동화동 신당현대아파트에서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약 110m의 경사 구간을 운행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운행되며 탑승자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무인운전 방식이다. 승강장은 출발점과 중간 지점, 종점까지 총 3곳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탑승할 수 있다. 출발지에서 구릉지에 있는 공원까지 3, 4분이면 도착한다.

대현산배수지공원은 중구 신당동과 성동구 금호동 사이 7만5570㎡(약 2만2900평) 규모 배수지 위에 마련된 공간이다. 잔디광장과 다목적 경기장을 비롯해 조깅트랙,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조성돼 있어 많은 시민이 방문한다. 하지만 공원까지 경사도가 30%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탓에 교통 약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눈비가 오면 주민들이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도 종종 일어났다.

이에 2020년 서울시의 구릉지 이동 편의 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2022년 9월 공사가 시작됐다. 개통식에 참석한 김길성 중구청장은 “경사지를 오르내리기 힘들어 공원에 가지 못하는 주민이 많아 교통 약자인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모노레일에 탑승해 본 류희찬 씨(80)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공원을 찾아가는데 올라갈 때마다 중간에 한 번씩은 쉬어야 해서 10분 이상 걸렸다”며 “특히 여름이나 겨울엔 공원에 가기 힘들었는데 이젠 편히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 어린이보호구역 늘리고 맞춤형 보호 나서


동작구도 교통 약자 보호를 위해 관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72곳을 대상으로 맞춤형 관리에 나섰다. 노면에 빨간색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하고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속도제한 노면 표시 테두리를 흰색으로 정비했다. 또 음성안내 보조 장치, 과속카메라 등 보호 구역 내 필요한 시설물을 늘려 운행 차량의 감속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이면도로 50곳을 추가로 지정해 제한속도를 시속 30km에서 시속 20km로 강화하기로 했다. 등하굣길에 어린이와 차가 뒤섞여 위험했던 보도는 높이 차이를 확실하게 두거나, 도로 색상과 재질을 달리하는 방식 등으로 보행 공간을 구분해 안전을 확보한다. 올해 안에 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 등 무인 교통 단속 장비를 100% 설치한다. 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시설도 274곳에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