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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환자 떠나는 의사 무책임하지만 이것 막는 것도 정부 일

입력 | 2024-02-18 23:57:00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며 올해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공의(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는 전국 221개 병원에 전공의들의 근무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한의사협회는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며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 5곳의 전공의들이 20일부터 진료를 중단한다고 예고하자 당장 수술실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이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고, 삼성서울병원도 환자들에게 수술 연기를 통보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은 폐암 등 수술을 연기했다. 절박한 환자들이 몰려드는 응급실과 수술실을 비우겠다는 건 보건의료노조의 지적대로 “국민생명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 아닌가.

정부도 의사 파업이 초래할 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 파업은 예견된 일이었다. 의사들은 2000년부터 의약분업, 비대면 진료,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세 차례 파업했고, 그때마다 자신들 요구를 관철했다. 대체 인력이 없는 직종의 집단행동에 정부는 매번 속수무책이었다. 이번에도 의사 증원을 지지하는 여론만 믿고 있다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가용 행정력을 모두 동원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고, 집단행동을 강행하더라도 비상진료체계를 빈틈없이 가동하는 것은 보건의료 행정을 책임진 정부의 일이다.

의사단체들에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의사협회는 10년 후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결과의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갑자기 늘리면 교육과 수련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이번에도 발표만 하고 흐지부지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해소하는 일도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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