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건설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현장. 2023.4.4 뉴스1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공이 직접 짓거나 공공의 지원으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 모두 당초 계획보다 공급 속도가 크게 더디다. 전세사기 여파와 전셋값 오름세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이 부진해지면서 서민·저소득층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임대주택 착공 건수는 7398채로 2022년 1만5815채보다 53.2% 급감했다.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의 지난해 인허가 실적은 9곳 3099실에 그쳐 2년 만에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청년안심주택 부지는 인허가를 받은 지 5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도 최근 사업자 공모 4건이 취소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이 불안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건설업 불황 탓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한몫했다. LH가 기존 주택 등을 사들여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실적은 지난해 4610채로, 목표치인 2만476채의 22.5%에 그쳤다.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비싸게 샀다는 비판에 지난해 4월부터 매입 기준을 ‘원가 이하’로 강화했다가 매입 실적이 급감했다. 여론 눈치를 보고 급하게 무리한 기준을 내세웠다가 서민 주거 불안만 부추긴 것이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연간 10만 채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지난해 실적은 건설·매입·전세임대 등을 합쳐도 7만 채 수준에 그친다. PF 위기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민간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선 공공이 적극적으로 공급을 늘려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이 진행하는 임대주택 사업이라도 공공성이 높은 경우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