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재건’ 속도전]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격화되며 핵심 무기인 AI 반도체 시장을 노린 ‘쩐의 전쟁’의 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AI칩 시장을 거의 독점해 온 엔비디아에 맞서 ‘신예’ 오픈AI와 ‘전통 강자’ ARM이 수백조∼수천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서며 AI칩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엔비디아와 겨룰 AI칩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300억 달러를, 나머지 700억 달러는 중동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1000억 달러 프로젝트는 ARM 중심의 AI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AI를 학습, 응용하기 위해 필요한 초고성능 칩은 엔비디아, AMD 등 일부 설계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앞서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7조 달러(약 930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오일머니’를 노리고 중동 투자자들과 접촉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손 회장과도 수차례 만난 바 있어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및 ARM과 공동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칩과 시너지를 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기업 간 합종연횡은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TSMC 간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낸드 분야에선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경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