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재건’ 속도전] 日 ‘반도체 재건’ 속도전… TSMC 구마모토공장 현지르포 24시간 공사로 3년이상 앞당겨 24일 준공식… 연말부터 양산 돌입 기시다 “반도체 인프라 전력지원”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정에 들어선 TSMC 반도체 공장. 이달 2일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아사히신문 제공
15일 오전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菊陽)정. 목가적 풍경의 양배추 밭 너머로 흰색 벽의 거대한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구마모토 공항에서 차로 15분 걸려 도착한 공장 외벽에는 ‘jasm’이라는 알파벳 네 글자 간판이 걸려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현지법인명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지원한 TSMC 구마모토 공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이례적 규모인 4760억 엔(약 4조2300억 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24일 준공식에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만 국영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일왕(日王) 조카 가코(佳子) 공주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식을 9일 앞두고 공장 외부에서는 유리창을 닦고 정문 인근 정원을 손질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카모토 고헤이(坂本恒平) 기쿠요정 반도체산업지원실 계장은 “준공식은 다음 주지만 이미 공장 가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TSMC ‘메이드 인 저팬’ 반도체 연말 양산… 동시에 2공장 착공
TSMC 구마모토공장 르포
인구 4만여명 시골마을 ‘상전벽해’… 1700명 직원중 대만주재원 400명
“경제 파급효과 10년간 178조원”
TSMC “日 감사”… 기술이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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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정에 들어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 전경. 양배추밭 옆에 지어진 공장 외벽에 일본 현지법인명 ‘Jasm’이 적힌 간판이 걸렸다. 이곳에는 소니,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유수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다. 구마모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미 지난해 말 장비 반입 및 설치 1차 작업이 마무리됐고 시험 생산도 시작했다. 당초 올해 말 양산 계획(12인치 웨이퍼 월 5만5000장)이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 기대감
공장 인근은 활기가 넘쳤다. 공장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곳에 들어선 한국식당에는 평일인데도 저녁에 빈자리가 없었다. 오사카에 살다가 지난해 개업했다는 사장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돈이 많이 도는 동네다. 아르바이트생을 어제 새로 채용했다”고 전했다. TSMC 공장 인근에는 소니, 도쿄일렉트론, 에어리퀴드 등 반도체 관련 공장이 몰려 있다.
일본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 반도체 공장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10년간 20조 엔(약 178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지역에 있어서 100년에 한 번 오는 큰 기회”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은 28일 반도체 기업이 대거 참가하는 ‘산업 부흥 엑스포’도 개최한다.
● TSMC “일본은 반도체하기 좋은 곳”
TSMC는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일본에 만족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공장을 지은 일본 가시마건설에 특별 표창장을 수여하며 “탁월한 공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모리스 창 창업자도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이상적인 곳이다. 토지, 물, 전기가 풍부하고 업무 문화도 좋다”고 평가했다.
기술 이전 및 협력도 본격화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 반도체 기술자 200여 명이 지난해 대만 TSMC 공장에 파견돼 제조설비 관리 등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다. 소니 측은 TSMC의 인공지능(AI) 활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TSMC가 대만 가오슝 새 공장 증설과 일본 2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있다. 미 애리조나주 TSMC 2공장 가동은 당초 2026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가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데다, 대만 파견 인력을 놓고 현지 노동자 및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