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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밀어낸 김하성 “유격수 골드글러브, 이젠 꿈 아닌 목표”

입력 | 2024-02-19 03:00:00

2022년 골드글러브 후보 오르고도
작년 보하르츠에 밀려나 2루수로
1년 만에 실력으로 포지션 맞교대
金, 타격서도 ‘특급선수’들과 한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오른쪽)이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 첫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피오리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산더르 보하르츠가 2루수로, 김하성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전체 선수단 스프링캠프 첫날인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이렇게 발표했다. 이 발언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속보 등으로 알려지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MLB 모든 구단 스프링캠프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이었다. 관련 내용이 현지 방송 자막을 통해서도 수시로 소개됐다.

1년 전만 해도 두 선수의 처지는 정반대였다. 높은 몸값의 보하르츠가 김하성의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샌디에이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보스턴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유격수 보하르츠를 11년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740억 원)에 데려왔다. 2022년 팀의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해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된 김하성이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은 불과 1년 만에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켰다.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하르츠’ 조합이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하르츠의 2루행이 본인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이유는 그가 2루수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빅리그 데뷔 후 11년간 줄곧 유격수였다. 자칫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하르츠는 받아들였다. 그는 “유격수 포지션으로 계약해 이 팀에 왔다. 그렇지만 내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내가 2루로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특히 김하성의 흠잡을 데 없는 수비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MLB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유격수 중 한 명을 김하성이 실력으로 밀어낸 것이다.

김하성이 수비 훈련을 하는 모습. AP 뉴시스

지난 시즌 주로 2루수로 뛴 김하성은 팀 사정에 따라 3루수와 유격수로도 나서며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이날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후원 업체가 선물한 글러브를 끼고 유격수 자리에서 훈련했다. 동료 선수들은 금색 패치가 들어간 그의 글러브를 터치하거나 빌려 껴 보며 축하를 건넸다. 김하성은 “보하르츠가 양보 아닌 양보를 하게 됐다. 거기에 맞게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격수 골드글러브는 이제 꿈이라기보다 목표로 바뀐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자극제가 된다”고 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샌디에이고와의 4년 2800만 달러(약 374억 원) 계약이 끝난다. 올해 유격수로 골드글러브급 활약을 한다면 FA가 된 뒤 몸값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골드글러브만으로도 그의 몸값은 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격수로 뛰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타격 성적(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을 남긴다면 2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김하성은 팀 내에서 이미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타격 훈련 때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등 ‘귀하신 몸’들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연수를 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은 이동욱 전 NC 감독은 “선수단 식당에 김치와 고추장, 된장국이 모두 차려져 있더라.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된 김하성을 더욱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오리아=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