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 주역 최재림 장발장역, 연기-노래 모두 고난도… 배우 16년차, 오디션 삼수 끝에 성공 ‘오페라의 유령’, 유령역도 따 겹경사 “지금 받는 관심, 언제든 꺼질수 있어… 새 배역, 새 작품에 계속 문 두드릴 것”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최재림은 “연령대별로 버킷리스트인 배역이 있다. 장발장은 사람으로서 뿌리를 내린 40대 즈음에 꼭 해보고 싶던 역할”이라고 말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역을 맡은 그를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레미제라블’은 37년간 53개국에서 1억3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스테디셀러다. 국내에선 2015년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10월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을 거쳐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4월 7일까지 공연된다. 장발장 역은 최재림과 민우혁이 번갈아 맡는다.
그는 “이번에도 붙을 거라 확신은 못 했다. 단지 ‘이번에도 안 되면 내 인생에 장발장은 없다’는 다짐뿐이었다”며 “유령과 장발장 배역이 거의 동시에 결정됐을 때 기뻐서 마음속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증오와 자비라는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장발장은 연기, 노래 모두 초고난도로 꼽히는 배역이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섧지만 담담해야 하는 2막 ‘Bring Him Home’ 등 감도 높은 넘버로 가득하다. 그는 “소절마다 담아내야 할 감정의 폭이 너무나 넓다. 장발장을 전부 보여주기에는 160분도 짧다”고 말했다. 이어 “장발장의 상황에 나를 수없이 대입해 심정을 헤아리려고 애썼다. 그래도 철천지원수를 눈앞에 두고 놓아주는 행동은 최재림은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깎아낸 듯 간명한 어조로 말하는 그도 슬픔을 삼키는 장발장 앞에선 마음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딸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사라져주는 장면을 연습할 때 많이 울었다”며 “다만 무대 위에선 내 감정에 스스로 젖지 않고 캐릭터의 상황과 노래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있다. 탄탄대로를 눈앞에 둔 장발장이 제 발로 법정을 찾아 무고한 죄수를 대신해 자백하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 최재림은 “지금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언제든 꺼져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20대 중후반이 터닝포인트였다. 박칼린 선생님을 만나 배우로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올해도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