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시각장애인이 만질수 있는 3D로 재현 국립중앙박물관, 청각장애인 위해 범종소리 시각화
경기도박물관의 배리어 프리 특별전 ‘구름 물결 꽃 바람’에 매화 무늬로 장식된 두발낭과 무늬를 만질 수 있도록 3차원으로 구현한 촉각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경기도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매장 시 시신의 머리카락을 담는 붉은 주머니 두발낭(頭髮囊)이 매화 무늬로 장식돼 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는 예부터 군자의 강인한 지조와 더불어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했다. 두발낭은 경기도박물관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 중인 ‘배리어 프리’(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물리·제도적 장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특별전 ‘구름 물결 꽃 바람’의 전시품 중 하나다. 전시에선 과거 조상들이 사용한 전통 무늬가 새겨진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각 전시품들 앞에 놓인 촉각 모형이다. 전시품을 본떠 3차원(3D)으로 만든 모형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만져 볼 수 있게 했다. 나비 무늬로 장식한 보자기, 당초 무늬로 전시된 나전칠기함을 재현한 촉각 모형도 있다. 신선들의 잔치를 그린 조선 후기 ‘요지연도 8폭 병풍’은 실제 크기의 모조품 안에 3D 무늬를 붙여놨다. 또 풀, 복숭아, 꽃의 세 가지 향을 맡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점자 해설판과 수어 해설 영상도 갖췄다. 정윤회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은 있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는 처음 기획했다”며 “전시는 눈으로 봐야 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나 오감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물관에 배리어 프리 공간이 늘고 있다. 그동안 박물관은 유물 훼손 우려 때문에 시각 체험 위주의 전시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은 전시품의 질감이나 색깔, 부피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취약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배리어 프리 전시가 늘고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에 시각장애인 등이 만지면서 전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각종 촉각 모형이 전시돼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9월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 범종 체험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청각장애인도 범종을 느낄 수 있도록 소리를 시각 요소로 변환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국보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 실물도 함께 전시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이달부터 선사시대 간석기와 뗀석기, 백제 토기, 조선 분청사기 등을 촉각전시품으로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석기는 실제 전시품과 유사하게 돌로 만들었으며, 분청사기 모형은 단면을 만질 수 있도록 절반을 자른 형태로 전시한다. 또 촉각 전시품을 제작하는 영상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 함께 제공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