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암자 7곳 잇는 6km 코스 천연기념물 ‘홍매화’ 등도 볼거리 “걷는 맛 더해 힐링까지 얻어가”
밀물처럼 올라오고 있는 남도의 봄. 꽃과 나무가 흐드러진 조용한 지리산 산길을 걸으며 겨우내 움츠린 몸과 지친 마음을 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의 끝에 구도의 길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칠암자 순례길은 트레킹과 순례 모두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의 미니어처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칠암자 순례길은 화엄사 내 일곱 암자(지장암, 금정암, 내원암, 미타암, 보적암, 청계암, 연기암)를 잇는 약 6km의 호젓한 산길이다. 험하지 않은 데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어 마음을 비우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가장 아래에 있는 지장암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에서는 높이 약 12m, 둘레 약 4m의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올벚나무(국가 유산 천연기념물·추정 수령 약 350년)를 만날 수 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다른 벚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올벚나무라고 부른다. 벚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창과 칼자루로 많이 사용됐는데,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은 인조(재위 1623∼1649년)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많이 심게 했다고 한다. 당시 화엄사 벽암 선사가 이에 찬성해 절 주변에 올벚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지금은 이 한 그루만 남아있다.
연기암에서 바라본 전남 구례 풍경.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멋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가 아기자기한 맛을 주는 미타암.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멋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화엄사가 화려하고 장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면, 칠암자는 수줍음 많은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를 보는 듯한 매력이 있다”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 사이에서는 걷는 맛, 보는 맛은 물론이고 힐링까지 얻을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
화엄사 칠암자 순례길.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