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벤치마킹 9월 학기제 운영 영어로 수업, 학생이 커리큘럼 설계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가 학사와 석사 과정을 통합한 ‘5년제 융합형 교육과정’을 신설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19일 보도했다. 해외 명문대에 비해 ‘국제화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에 미국 주요 대학이 실시하는 학·석사 통합 과정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도쿄대는 2027년부터 문리(文理) 융합형 교육과정인 5년제 ‘칼리지 오브 디자인(College of Design)’을 신설해 100명가량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구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4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식이 아닌 9월 학기제로 운영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하고 100명 중 절반은 해외 유학생으로 받는다. 기존 도쿄대 학부 학생들도 융합형 교육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신설되는 융합 과정에서는 문이과 제도에 구애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다. 기존 도쿄대 교수에 더해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가진 민간 기업 연구원이나 초빙 해외 연구원 등으로 교수진을 구성한다. 5년 중 1년은 기업 인턴십, 유학 등 대학 밖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학생 선발 방식도 기존 입시전형의 틀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전형 요강은 올해 중 결정해 공표한다.
1877년 아시아 최초의 근대 대학으로 설립된 도쿄대는 지난해 영국 대학 평가기관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 대학 순위 29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명실상부한 1위, 아시아 4위이지만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국내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서울대(62위)는 도쿄대보다 낮다.
더욱이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아시아의 다른 명문 대학이 적극적인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일본 대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도쿄대의 경우 학부 기준 유학생 비율은 2%에 불과하고 영어 수업도 일부에 그쳐 국제화 수준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