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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시신 멍자국, 경련과 관계”

입력 | 2024-02-20 03:00:00

“시베리아 병원에 시신” 보도 나와
英매체 “나발니 사망 러 야권 타격
대선앞 푸틴 장악력 더 강해질 것”
일각선 “푸틴에 강력히 저항” 주장



“다음은 누구?” 18일 영국 런던의 주영 러시아대사관 문에 이틀 전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이 걸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치하에서 나발니를 포함한 수많은 야권 지도자가 의문사했다는 점을 지적하듯 사진 밑에 “(나발니) 다음은 누구?”라고 쓰여 있다. 런던=AP 뉴시스


16일 수감 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그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시신의 행방마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정적이던 나발니가 세상을 떠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종신집권 ‘철권통치’의 초석을 공고히 다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푸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시신이 정확히 어디에 안치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인 노바야가제타유럽은 18일 “나발니의 시신이 보통의 옥사자가 안치되는 법의학국 안치소가 아니라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의 살레하르트 마을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나발니 시신에서 멍자국들이 발견됐으며, 이는 경련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강한 경련을 일으킨 나발니를 다른 사람들이 붙잡으며 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러시아 안팎에선 나발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거세지만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의 정치적 장악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나발니의 사망으로 러시아 내 야권 구심이 사라지면서 다음 달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걸림돌 없이 6년의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부터 총리직(2008∼2012년) 포함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은 이번에 재집권하면 29년 동안 소련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을 넘어서게 된다.

대외적 여건도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17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핵심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철수를 선언하며,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점령 뒤 가장 큰 땅을 차지하게 됐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는 결정적 군사적 타격을 입었고, 전쟁 주도권은 푸틴에게 확고히 넘어갔다”고 했다.

서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30일 2.6%로 수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예측했던 1.1%의 갑절 이상이다.

이런 상황들은 자칫 푸틴의 과도한 자신감으로 이어져 향후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고령의 러시아 통치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더 무모한 행동들을 앞으로 몇 년간 더 보여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나발니의 의문사를 계기 삼아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더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석유 재벌 출신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에서 “나발니의 죽음 이후 푸틴에 대해 더욱 강경해져야 한다”며 “3월 17일 대선에서 투표용지에 ‘알렉세이 나발니’란 이름을 써서 저항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