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를 쳤던 이낙연, 이준석 대표가 총선을 49일 남겨놓고 20일 각자도생의 길을 가기로 했다. 설 연휴 첫날 깜짝 통합을 발표하며 합당을 추진한 지 11일 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치적 견해와 노선이 서로 다른 여러 5개 세력이 모여 총선 지휘권부터 정책공약, 당직자 인선까지 사사건건 대립하다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는 등 시너지보다는 역효과가 더 컸다는 것.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이날 각각 합당 파기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이낙연 대표는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날 지우려 기획” vs “독재를 표결로 하나”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2024.2.20.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개혁신당 관계자는 “총선이 5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출마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책이든 선거 캠페인이든 빨리 결정돼야 하는데, 당직자를 누구를 세우느냐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로 계속해서 논의가 공전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입장이 서로 워낙 상반되다 보니 당의 구인난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를 보고 개혁신당으로 오려던 사람은 이낙연 대표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 제갈길 가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이준석 기자회견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통합 무산’ 선언이 있은 직후 이준석 공동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통합을 선언한 지 10일 만에 이낙연 대표께서 이끄시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024.2.20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한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개혁신당이 잔류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생각과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 측과 거리를 둬왔다.
개혁신당이 15일 지급받은 정당 경상보조금 6억 여 원은 기부금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반납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반납 규정이 없다면 전액 동결해 공개하고, 기부금 등 즉각 지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