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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벤처투자액 11조, 2년새 32% 감소… “AI-로봇에만 몰려”

입력 | 2024-02-21 03:00:00

투자액 2년 연속 10% 이상 줄어
높은 기업가치에도 후속투자 끊겨
“주주 반발탓 가치 낮추기도 어려워”
정부, 1분기 모태펀드 9100억 출자




지난해 투자 유치를 시도한 6년차 스타트업 A사는 목표 투자액의 20%만으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투자 유치 초기보다 6개월 새 매출을 30% 이상 올리는 등 성과를 냈지만 일부 투자사의 마음을 돌리는 데 그쳤다. A사 대표는 “현재는 산업 전망이 밝더라도 확실한 지표가 없는 스타트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투자액이 2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펜데믹 기간에 유동성 확대로 호황기를 맞았던 벤처투자는 지속된 경기 불황으로 위축됐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 결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10조9133억 원으로 2022년(12조4706억)보다 약 12% 감소했다. 벤처투자액은 2020년 8조962억 원에서 2021년 15조9371억 원으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으나 2년 새 32%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건수는 7116건으로 2022년(7470건)보다 약 5% 감소했다. 건별 평균 투자액은 15억3000만 원으로 전년(16억7000만 원) 대비 약 10% 줄어들었다. 벤처 시장이 축소된 이유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지며 자금 유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의 입장 차이로 투자가 더 얼어붙는 분위기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 2022년에는 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투자를 유치했는데, 요즘엔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이더라도 투자자들이 ‘비싸다’고 생각해 후속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다. 국내 한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에 유행했던 테마가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는데 기업가치까지 높다 보니 투자사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낮춰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 해도 기존 주주들의 반발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16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상위 투자유치 기업 10곳 안에 △생성형 AI 솔루션 기업 업스테이지(250억 원) △AI 반도체 기업 모빌린트(200억 원) △주방 자동화 로봇 에니아이(157억 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 2022년 당시 비대면 관련 서비스 업종에 투자 선호가 몰렸던 것과 비교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유통·서비스 업종 투자액은 전년 대비 각각 36%, 43% 감소했다.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을 출자하는 등 벤처펀드 자금 모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중기부 모태펀드 예산 9100억 원 전액을 1분기(1∼3월)에 출자해 마중물 역할로 쓴다. 민간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조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