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기 부진-부동산 침체 여파 충당금 1조3482억 전년의 1.8배 부실채권 잔액도 1년새 29% 늘어 “기업 대출 의존 벗어나 혁신 필요”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의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점 지역의 경기 부진과 부동산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은 결과다. 지방은행들이 사업 다각화와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고객층을 넓히지 못하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경쟁력 없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 BNK부산·경남, 광주, 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3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7% 감소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3639억 원, 부산은행의 순이익은 3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2%, 16.8% 줄어들었다.
지방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선방했지만 4분기(10∼12월)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부산은행은 4분기에 139억 원의 순손실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대출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5개 지방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쌓은 충당금은 총 1조3482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8배 많은 수준이며 5개 지방은행의 합산 순이익(1조4358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들이 거점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특정 지역에 쏠린 대출, 자산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것 못지않게 근본적인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몇 년간의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기반을 늘려야 한다”며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대출·수신 금리 매력을 높여야 시중은행과 겨우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