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안정 돕는 서울시 치유농업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3750명 대상 정서 안정되고 사회성 키울 수 있어 맞춤 복지정원 ‘동행가든’ 조성 예정
1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치유농업센터에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가자(왼쪽)가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딸기를 따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딸기를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야외 활동이 어렵고 다양한 체험 기회가 적은 서울 시내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3750명이 대상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꽃잎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라주세요.”
19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치유농업센터. 벙거지 모자에 딸기 모양 배지를 단 치유농업전문강사 최유리 씨가 이렇게 말하자 노란 꿀벌 머리띠를 한 참가자들이 딸기꽃에 조심스럽게 붓칠을 했다. 꽃가루를 붓에 묻혀 암술에 바르는 인공수분 작업이었다. 붓을 든 참가자들 주위에 벌집 안으로 미처 들어가지 못한 뒤영벌 몇 마리가 날아다녔다. 뒤영벌은 꽃가루 수정에 활용되는 곤충이다.
● 서울시, 농업 활동으로 사회성 향상
서울시가 이달부터 시민의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돕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치유농업은 건강 회복과 유지, 증진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이다. 5월까지 운영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야외 활동이 어렵고 다양한 체험 기회가 적은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37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날 강동구 치유농업센터에 있는 스마트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달콤한 딸기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비닐하우스로 조성된 농장 안에는 이미 군데군데 열매를 맺은 딸기가 보였다. 발달장애인 13명은 치유농업전문강사의 지도에 따라 딸기 수분과 수확 활동에 한창이었다. 농장 관계자는 “본래 이 농장에서 뒤영벌 200마리가 번갈아 가며 딸기의 꽃가루받이 작업을 하는데,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인공수분 활동을 통해 벌의 역할을 대신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수분이 끝나자 강사가 “손가락을 브이(V)자로 만들어 딸기를 사이에 끼운 뒤 아래로 똑 따세요”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주렁주렁 매달린 딸기 중 빨갛게 익은 딸기를 골라 딴 뒤 각자 컵에 가득 채웠다. 참가자들과 수확한 딸기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희정 씨(49)는 “직접 딴 딸기라 그런지 더 맛있다”며 “딸기의 꽃가루를 붓으로 털면서 마치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터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농업 활동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게 치유농업의 취지 중 하나다. 참가자들은 ‘꿀벌이 딸기의 열매를 맺게 도와주는 것처럼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내가 친구나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등의 질문에 답해가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김재현 씨(28)는 “꿀벌의 입장에서 딸기 수분 활동을 해보니 평소 나를 도와주는 가족, 친구들 생각이 났다”면서 “최근 갑상샘 수술 후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께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나눴다.
● “농식물 활용한 약자와의 동행 확대”
서울시는 2018년 서초구에 1호 치유농장을 조성하고 치유농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치유농업조례를 제정하는 등 농업 자원을 매개로 한 ‘약자와의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협업모델형 치유농장 조성을 시작해 의료·보건기관에 치유농장을 만들기로 했다.
농업 자원뿐 아니라 정원과 같은 식물 자원을 활용한 약자와의 동행도 이어간다. 서울시는 올해 처음으로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시설에 서울시의 맞춤형 복지 정원인 ‘동행가든’ 7곳을 만든다고 밝혔다. 정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정신·육체적 회복과 유대 강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농식물 자원을 활용해 야외 활동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