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연결’ 원하는 독자들 늘며 온라인에 감상문 올리고 토론 벌여 작가와 ‘줌미팅’하며 해설 듣기도
14만 자.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에세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마름모) 독서 모임이 올린 글자 수다. 500여 개 감상문에는 책의 글귀를 단순히 옮겨놓거나, “잘 읽었다” 정도의 단편적인 소개만 있는 게 아니다. 참여자들은 4주 동안 책을 꼼꼼히 읽으며 느낀 점을 상세히 써 내려갔다. “나도 작가처럼 쓰기를 망설였던 것 같다”며 자신의 감상을 쓰거나, 특정 단락을 놓고 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해당 에세이를 쓴 정아은 작가(49)와 독서 모임 참여자 40명이 서울 마포구의 카페에 모여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새섬 그믐 대표는 “책을 꼼꼼히 완독한 독자만 모이니 질문의 깊이가 깊고 다양하다. 진짜 책의 내용에 대해 심층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독서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건 아무 때나 참가할 수 있는 ‘느슨한 연결’을 원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독자들이 온라인 만남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새섬 대표는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활자로 소통하면 오히려 책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와의 만남 때 파생되는 대관비 등이 드는 대면 모임에 비해 온라인 플랫폼은 비용이 적게 든다. 그믐은 무료, 독파는 1년에 1만5000원만 내면 된다.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문학동네)를 펴낸 정세랑 작가는 지난해 12월 줌 화상회의로 독파 회원들과 만났다.
작가, 편집자의 전문적 해설이 곁들여지는 것도 매력 포인트. 혼자 읽기 버거운 이른바 ‘벽돌책’을 읽을 때 이들의 해설이 유용하다. 예컨대 1040쪽에 이르는 교양과학서 ‘행동’(문학동네)을 함께 읽는 독파의 온라인 모임에는 211명이 몰렸다. 박민재 문학동네 독파팀장은 “마니아 독자층을 보유한 유명 작가들의 소설, 에세이를 해설과 함께 읽으려는 독자가 많다. 특히 분량이 방대한 벽돌책을 함께 읽으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모임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온·오프라인 독서 플랫폼 모두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교류한다는 점은 같다”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소규모 독립서점에서 북토크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