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량 신안군수 인터뷰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
“남들이 다 하는 정책으로는 인구를 늘릴 수 없습니다. 차별화된 유인책만이 해법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안군의 인구 증가는 아파트단지 입주 등의 택지 개발에 따른 ‘빨대 효과’가 아니라 신안군 자체 인구 소멸 대응 정책으로 인구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전국 89개 시군구 가운데 9곳이 지난해 인구가 늘었다. 전남에서는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신안군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전남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었다.
“신안군은 인구소멸지수 0.088로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재정자립도는 최하위권으로 경제기반 또한 취약하다. 그런 여건 속에서 179명이 늘어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햇빛 연금 정책, 청년 어선 구입 임대 사업 등 여러 전입 장려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고 이제야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군민의 높은 참여의식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수행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증가 비결을 꼽는다면….
“섬이 많은 신안군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큰 공단도 없다. 인구 증가를 위해 택지를 개발하고 큰 기업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인구 소멸 대응 시책들이 바로 인구 증가의 비결이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신안군 자은도에 조성된 자연휴양림과 수석공원. 신안군은 컬러 마케팅으로 ‘1섬 1뮤지엄’과 ‘1섬 1정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은 서울의 22배나 되는 넓은 면적의 바다를 보유하고 있어 어업에 종사하려는 이들이 많다. 어선 어업을 하려면 허가 어선이 필요한데 2억 원에 달하는 허가 어선은 가난한 청년 어업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그래서 2019년 청년 어업 임대 사업을 전국 최초로 하게 됐다. 허가 어선을 군에서 대신 구입하고 이를 청년 어업인에게 임대해주는 것이다. 어선이 5억 원인 경우 청년 어업인은 임대 기간 연간 50만 원만 내고 조업을 할 수 있다. 허가 어선 구입비를 전액 상환하면 소유권을 이전해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95억 원을 투입했고 55명의 청년 어업인이 허가 어선 41척으로 조업하고 있다. 소득도 53억 원이나 된다. 현재 100여 명이 대기 중일 정도로 인기다. 해양수산부가 이를 벤치마킹한 것만 봐도 인구 소멸에 대응하는 해양수산 정책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생활인구’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젠 단순한 행정인구가 아닌 거주와 체류를 합친 ‘생활인구’ 개념으로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가 됐다. 신안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은 깨끗한 갯벌과 1004개 섬 등의 아름다운 자연 자원이 있고 여기에 더해 섬마다 테마가 있는 정원과 꽃 축제, 아름다운 예술품이 가득한 미술관, 박물관 등 훌륭한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체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인프라도 구축하겠다.”
―지방 소멸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각이 아닌 인구 감소 지역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기금을 더욱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구 증가의 성과를 낸 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크게 늘려 줬으면 한다. 시군구마다 갖고 있는 지역 특성을 살려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구 소멸 군지역의 농가주택은 신고만으로 근린생활시설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부처별 세부 사업별 예산 배정을 부처별 통합예산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