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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분리 매각해 지역경제 살려야”

입력 | 2024-02-22 03:00:00

최대 실적에도 5년째 임금 동결… 인수합병 지연되며 인재 유출도
시민단체, 분리매각 서명 운동
“대형 항공사 합병 땐 지역에 불리
가덕공항 위한 거점 항공사 필요”



지난달 2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에어부산 분리 매각 추진협의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에어부산의 조속한 분리 매각 결정을 KDB산업은행에 촉구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부산에서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 8904억 원, 영업이익 1598억 원, 당기순이익 859억 원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4050억 원) 대비 119.9%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7.9%이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어부산의 임금은 5년째 동결 중이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경영 관리 중인 가운데 2020년 시작된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두 회사의 합병 절차는 최근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측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약 3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인력 유출이 시작됐고,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가 늘어나자 경쟁사 채용이 활발해지며 크게 늘었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지금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의 41.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부산시가 2.9%, 지역 7개 기업이 총 13.1%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이용객 점유율은 전체 이용객 총 1369만4710명 가운데 489만여 명으로 점유율 1위(35.7%)를 달성했다. 10년 연속 1위다.

부산 시민들은 두 회사의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에어부산을 속히 분리 매각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역 시민단체는 “EU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을 따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가능하다면 에어부산 분리 매각도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2029년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을 위해 독자 운영될 지역 거점 항공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아 부산에 투자하지 않는 에어부산보다는 분리 매각으로 독립해 지역을 위해서 일하는 에어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에어부산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야 부산 청년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거리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지역 상공인과 시민단체, 학계 등이 결성한 에어부산 분리 매각 추진협의회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시민 100만 명 서명 운동’을 예고했다.

지역 주민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 사는 서모 씨(66)는 “부산에 대기업은커녕 우량 기업도 적어 일자리가 부족한데 에어부산의 문제를 강하게 말하는 정치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총선을 앞두고 뜬구름 잡는 공약 말고 시급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사하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45)도 “지금 부산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기업과 일자리인데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