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공식용어 변경 조례 제정 오름은 독립적인 작은 화산체로 기생화산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 “행정에서 용어 통일 필요성 느껴”
제주의 오름은 독립적인 작은 화산체로 368개가 산재해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기생화산으로 쓰이는 등 용어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대표적인 자연자원이자 문화유산 가치를 지니고 있는 오름이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된다. 작은 화산체를 뜻하는 오름은 제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용어이지만 법률과 자치법규 등에는 지질학적 개념을 담은 기생화산으로 표기됐다.
제주도는 기생화산의 용어를 오름으로 변경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다음 달 5일까지 의견을 접수한다고 21일 밝혔다.
오름 보전을 위해 2017년 ‘제주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제주도 자연환경관리 조례’에는 오름으로 표기됐지만 다른 자치법규에는 기생화산으로 표기되는 등 용어 정비가 되지 않았다. 이번 보전지역에 관한 조례에서 오름으로 변경했지만 ‘제주도 개발사업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에서는 여전히 기생화산으로 표기하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름은 지질연구를 거치면서 중요성이 확인됐으며 본보 1928년 7월 24일 자 ‘식물학 지질학으로 하기 대학 개최’ 기사를 보면 ‘화산 분화로 생긴 한라산과 350여 개 화산체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 조선교육회에서 교원을 대상으로 하기 대학을 개최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때부터 오름의 가치가 처음 조명된 것으로 보인다.
오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고문헌에는 오름을 악(岳), 산(山)으로 표기했으며 제주 사람들은 ‘악을 오로옴(吾老音), 올음(兀音)이라 부른다’는 내용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7월 25일 자 한 신문 기사에서 ‘350개소는 화산이 분출할 때 생긴 것으로 이 지방 도민들은 이를 오름이라고 부르며 산이라고 아니 한다’고 적고 있다. 이런 내용을 감안하면 오름은 제주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용어였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1997년 오름의 종합적인 연구보고서로 볼 수 있는 ‘제주의 오름’을 발간했다. 여기에서 오름을 ‘한라산체의 산록에서 개개의 분화구를 가진 소화산체를 의미한다’고 규정했지만 여전히 기생화산구라는 용어를 썼다. 제주어사전에는 오름을 ‘한 번의 분화 활동으로 봉긋봉긋 솟아오른 화산’이라 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제주연구원이 2000년 발간한 자료에서는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 분화구를 제외한 제주도 일원에 분포하는 소화산체’라고 정의하는 등 제각각이지만 ‘독립된 소화산체’라는 부분은 공통적인 의견이다.
오름의 수에 대해서는 제주도는 1997년 자료를 토대로 제주시 210개, 서귀포시 158개 등 368개로 규정하고 있는데 화산체를 구분하는 방식에 따라 400여 개에 이른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