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미-OCI 통합’ 신주발행 반대 첫 심리… 한미그룹 “통합·신주발행은 회사 성장 위한 것”

입력 | 2024-02-21 22:03:00

한미사이언스, OCI홀딩스에 2400억 규모 신주발행 결정
창업주 장·차남 신주발행 가처분 제기
한미그룹 “유동성·R&D 재원 확보 등 경영상 목적”
“송 회장 측 사익 추구 위한 신주발행” 주장 일축
“대안 없이 회사 성장 방해하는 행동 중단” 촉구
“임종윤 사장, 한미사이언스 지분 처분해 다른 회사 투자”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발해 한미그룹 창업주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 첫 심문이 21일 수원지방법원(제31민사부, 재판장 조병구)에서 진행됐다.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400억 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반대해 이번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표면적으로는 경영상 목적으로 신주발행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측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임종윤·종훈 형제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신주발행을 결의하기 전까지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양측 간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아무런 대안 제시 없이 그룹 성장과 도약을 방해하는 (소송 등의)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그룹은 신주발행을 통해 다양한 경영 과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 원 상당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연구·개발(R&D) 재원 확보, 사업 다각화, OCI그룹과 협업을 통한 해외사업망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미그룹 유동성은 해결이 시급한 과제였다고 한다. 한미사이언스 유동성 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 약 24.9%, 한미약품도 50% 수준에 불과해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이르는 경쟁사 대비 취약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R&D 명가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투자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R&D 투자는 2020년 매출액 대비 21%에 달했지만 2022년 13.4% 수준으로 급감했다. 때문에 혁신신약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R&D 투자재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한미그룹 측은 전했다.

또한 신주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해외사업망을 확대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공장설비 투자, 전산시스템 투자 등이 가능하게 된 상황이라고 한다.

한미그룹은 신주발행결정 이전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다는 임종윤 사장 측 주장도 강하게 부인했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타개한 직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송영숙 회장이 임종윤 사장을 포함한 자녀들 대비 2배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합의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송 회장이 경영권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미 성립된 상태였다는 게 한미그룹 측 설명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남이 회사 지분을 최대한 많이 상속받는 재계의 일반적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2020년 8월 송 회장과 창업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사이언스 실장)이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도록 했다고 한다.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요구하지 않아 임종윤 사장 본인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송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기하고 모친의 재선임에 찬성했다는 것은 양측 간 경영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미그룹 측은 장녀이자 동생인 임주현 사장이 본인도 자금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 대출을 받아 오빠인 임종윤 사장에게 수백억 원대 자금을 무담보로 빌려줬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고 있는 상태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면 이러한 자금 대여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취지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은 지난 2021년 10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현물출자방식으로 처분해 상장회사인 DXVX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에도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DXVX 지분을 늘려온 것으로 안다”며 “경영권 분쟁 중이라면 다른 재산을 처분해 오히려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대에 집중해야 하는데 반대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처분해 다른 회사에 투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모녀가 ‘상속세 납부재원 마련’이라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OCI그룹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임종윤 사장 측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한미그룹 측은 “송 회장 등은 본인들이 보유한 구주 양수도를 통해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한 것이고 이들이 OCI그룹이 아닌 다른 회사에 주식을 매각했더라도 한미그룹 입장에서는 이와 별개로 유동성 확보와 경영상 당면 과제 해결이라는 경영 목적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며 “임종윤 사장 측이 송 회장 등의 구주 매각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의 목적 및 동기를 뒤섞어 근거 없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 측이 회사가 처한 재무적 어려움을 외면한 채 대안 제시 없이 가처분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한 점에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특수관계인들이 자금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소수주주들에 기대어 주주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시행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방안이고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은 오히려 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한미그룹 측은 “신주발행을 통한 OCI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는 한미약품그룹 재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