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 6.3조달러 상하이 제쳐 日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외인 호응 거래량 70% 외국인 투자가가 차지 해외 자본의 ‘탈중국’ 반사이익도
올 들어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도쿄증시 시가총액이 약 3년 반 만에 중국 상하이증시를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본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외국인투자가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외국인이 일본 주식을 매일 7000억 원씩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주식의 시총은 6조3400억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3% 늘며 상하이증권거래소(SSE)를 제치고 세계 4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SSE의 시총은 7% 줄어든 6조433억 달러로 5위로 밀려났다. TSE가 SSE의 시총을 넘어선 건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일본 증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거래소, 유로넥스트(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증시의 합병 증시) 다음으로 규모가 큰 시장으로 거듭났다.
일본 주식시장의 ‘큰손’은 단연 외국인투자가들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일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일평균 약 725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외국인 일평균 순매수 규모는 각각 2938억 원, 450억 원에 그쳤다.
세계 주요 주식시장 가운데 유독 일본 증시가 활황을 누리는 것은 일본의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 효과와 더불어 기업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 해외 자본의 ‘탈(脫)중국’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TSE는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상장사들에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이행 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까지 1656개사가 상장된 프라임시장에서 40%에 해당되는 664개사가 관련 내용을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금융센터는 13일 “TSE의 기업가치 제고 조치가 일본 증시의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발(發) 자금 이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21일 “중국 경기가 금방 회복될 것 같지 않은 만큼 중국 경기 침체에 영향을 덜 받고, 독자적 성장 요인이 있는 일본 등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