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기소 피로감-거액 기부자 외면 바이든 모금액에 큰 차이로 뒤져”
미국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나흘 앞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폭스뉴스 행사에서 진행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린빌=AP 뉴시스
미국 야당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2020년 대선에 비해 20만 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금액 규모도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적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는 약 51만6000명의 기부자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직하며 2020년 대선을 준비하던 2019년 12월 74만 명보다 22만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 팩에는 지난해 12월까지 47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단순 기부자 수치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만여 명 앞섰지만 모금액에서는 큰 차이로 뒤졌다. FT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2억3000만 달러(약 3069억 원)를 모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억8900만 달러에 그쳤다.
공화당 주요 ‘전주(錢主)’들이 공화당의 또 다른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더 선호한다는 점도 모금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FT는 “트럼프가 기소 당시 선보였던 ‘머그샷’ 굿즈 등으로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를 끌어모으긴 했지만 ‘큰손’들은 헤일리를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아직 (선거자금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됐을 때 기부자들을 얼마나 빨리 다시 모을 수 있느냐가 본선에서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