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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취소해놓고 검사비 환불 거부”… 피해신고 하루에 58건 쏟아져

입력 | 2024-02-22 03:00:00

[의료 공백 혼란]
피해지원센터 찾은 환자들 울분
“추가수술 대기중 갑자기 전원당해”
수술 지연 피해자 대부분 암환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늘면서 대형병원 의료현장에 차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1일 서울의 한 공립병원 모습. 2024.02.21. 뉴시스


“상급 병원에서 추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갑자기 ‘수술을 못 하게 됐다’며 하급 병원으로 전원을 당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수술 일정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어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8층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가 전화를 걸어 와 “환자 안전을 내팽개친 병원은 행정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오전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곳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등 10여 명이 파견돼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피해를 접수하고 지원 방안을 안내하고 있었다. 20일에만 5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등 총 136건의 상담이 밀려오며 센터 전화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렸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수술 관련 신고가 이날 하루 동안 44건이나 접수되는 등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환자는 “검사를 다 마쳤는데도 갑자기 수술을 취소당했다”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 등 검사비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환자는 “어머니가 간병해 주시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무기한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금호 센터장은 “수술 지연으로 피해 신고를 한 환자 대부분은 암 환자로 파악됐다”며 “피해 신고자 모두 ‘빨리 상황이 종식되게 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은 이른바 ‘빅5’를 제외한 나머지 종합·대학병원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오전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portal.nemc.or.kr)의 ‘응급실종합상황판’에선 응급실 진료가 불가하다는 ‘응급실 메시지’를 띄운 병원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20일부터 소아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고, 광진구 건국대병원은 외과 응급수술 환자나 급성 뇌경색 환자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까지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영을 확대하고 있는 공공병원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하는 중증 환자가 올 경우 치료 장비나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큰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빅5 병원은 규모가 커서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다른 병원의 경우 전공의 사직 여파가 더 빠르게 올 것”이라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대학병원 간호사나 교수들도 누적된 과로로 언제 포기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