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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평가 1·2등급 지방 그린벨트도 해제 가능… 난개발 우려도

입력 | 2024-02-22 03:00:00

[그린벨트-농지규제 완화]
울산서 13번째 민생토론회
尹 “울주∼울산 길목 전부 그린벨트”… 이르면 내년 산단 개발 등 해제 적용
재산권 제한 토지규제 신설도 금지… 민생 핑계 총선용 대책 남발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상가시장을 방문해 옛날과자점을 운영하는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장을 찾아 “울산의 발전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총량 규제 개편 등을 추진하고 나선 건 인구 유출과 고령화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단체가 신도시 개발이나 지방 산업단지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걸림돌을 최대한 걷어내겠다는 취지다. 다만 국토 발전의 종합적인 밑그림 없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꺼내 든 ‘그린벨트 카드’가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지자체 사업도 ‘그린벨트 총량 규제’ 제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규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울주군에서 울산 시내로 가는 길목이 전부 그린벨트”라며 “울산시, 울주군으로 해서 도시 외곽에 있어야 할 그린벨트가 통합된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전체 행정구역의 25.4%(269km²)가 그린벨트로 설정돼 있으며, 그중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 비율이 81.2%에 이른다.

이날 정부 발표의 핵심은 지자체 주도의 지역전략사업에 대한 그린벨트 규제 대폭 완화다. 정부는 지난해 1월에도 국가산업단지 등 중앙정부 주도 사업에 한해 총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국가 주도 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주도 사업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지자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지역전략사업은 지자체가 사업을 신청하면 국무회의 및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사업 종류에 제한이 없어 지방 산업단지를 비롯해 신도시 등 도시 개발 사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연내 사업을 결정해 이르면 내년에 그린벨트 해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공공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고려해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2등급 그린벨트도 비수도권 국가 주도 사업과 지역전략사업에 한해 해제를 허용한다. 기존에는 표고, 경사도, 식물상, 수질 등 6개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을 받아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했다. 정부는 지역 특성에 따라 환경등급 평가를 달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상수원 500m 밖 카페 영업 가능해진다

지역 정주 인구와 생활 인구를 늘리기 위해 기존 토지 이용 규제도 완화한다. 농업·임업·어업 생산 등을 위하여 지정한 생산관리지역 중 환경 훼손 우려가 작은 곳은 소규모(300m² 미만) 휴게 음식점 설치를 허용한다. 생산관리지역이더라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500m 밖, 하천 경계에서 100m 밖에는 카페나 제과점 영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녹지·관리지역에는 대안학교를 허용해 학교를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한다. 계획관리지역(제한적 개발 대상 지역)의 숙박시설 입지 규제도 완화해 숙박시설을 건설할 때 도로에서 50m를 떨어뜨리지 않아도 된다.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확보된 개발진흥지구에 대해서는 건폐율(토지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이 70%까지 완화된다. 기존에는 건폐율이 40%로 바닥 면적이 작은 소규모 공장만 설립이 가능했는데 훨씬 큰 규모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토지 이용 규제를 만들 때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신설을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토지 이용 규제 지역은 2018년 312개에서 2020년 329개, 지난해 336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 정부는 토지 이용 규제 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는 일몰제를 도입해 5년마다 존속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지역 발전 전략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수용하면 난개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현재도 지방 산단이나 신도시 등을 개발해놓고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지자체 사업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계획을 세워 경제성 있는 사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를 통해 총선용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울산의 전통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의 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울산형 교육발전특구를 과감하게 밀어붙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무작정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각 권역의 도시계획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투기와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