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카 개조하는 ‘EV컨버전’ 외양은 그대로, 동력원만 전기로 개조 작업 길게는 1년 반 정도 소요 신차 제작보다 자원 소비 줄일 수 있어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특히 럭셔리 브랜드 차의 전동화는 다른 영역의 차들에 비해 더딘 편이다. 우선 소비자 성향이 보수적이다 보니 완성도 높은 내연기관 차를 선호하는 점이 있다. 그리고 럭셔리 카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을 고루 갖춘 전기차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겉보기만 호화롭게 꾸민 차들은 많아도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소량 생산에서 비롯되는 희소성과 맞춤 제작의 특별함 등이 뒷받침되는 전기차는 흔치 않다.
새로 나오는 전기차들이 내연기관 차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분명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럭셔리 카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럭셔리 카 중에는 높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 카로 보존해야 하는 차들이 많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배출가스 규제가 있다 보니 클래식 카를 일반 도로 운행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보존하기는 어렵다.
환경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비롯해 새로운 부품이 필요하긴 해도 새로 차를 만드는 것보단 자원 소비가 적다. 폐차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이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다른 전기차처럼 기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배출가스를 내놓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로 인해 EV 컨버전을 재활용에 부가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개조 작업에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외국 EV 컨버전 업체들은 개조 작업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외국 EV 컨버전 전문 업체들은 차의 가치가 높은 클래식 카를 주로 취급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2019년부터 런던에 초저배출구역을 지정해 배출가스가 많은 차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클래식 카에 대한 EV 컨버전 수요가 큰 만큼 여러 업체가 매력 있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영국 EV 컨버전 업체 일렉트로 제닉이 전기차로 개조한 1929년형 롤스로이스 팬텀 Ⅱ. 개조한 전기차는 엔진 자리에 배터리를 설치하고 고전적 느낌의 케이스를 씌웠다. Eletrogenic 제공
영국 EV 컨버전 업체 루나즈의 최신작인 1983년형 레인지로버 사파리 개조 전기차. 센터 페시아를 고전적 디자인을 살리면서 최신 전기차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Lunaz 제공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있기 마련이다. 탄소중립 실현이 사회적 과제가 된 지금 자동차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클래식 카를 배출가스 없이 마음껏 타고 다닐 수 있게 해 주는 EV 컨버전은 미래 자동차의 흥미로운 영역 중 하나로 꼽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