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3만8915엔) 이후 일수로는 무려 1만2473일 만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늪에 빠진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 오른 2,664.27에 마감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닛케이평균주가가 16.85% 치솟는 동안 코스피는 0.3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닛케이평균주가(42.11%)와 코스피(8.69%)의 연간 상승률 격차가 33.42%포인트에 달했다.
2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19%(836.52엔) 상승한 3만9098.68엔으로 마감했다. 금융사가 밀집한 도쿄 가부토초(兜町)의 증권사 콜센터에서는 최고치 경신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모여 모니터를 보며 “3, 2, 1”이라고 카운트다운을 했다. 오후 들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직원들이 “축하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또 부동산 시장 부실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향한 것도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 등 당국의 절세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증시 규모와 유동성이 30년 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며 “상장 기업의 중장기 성장력 향상과 증시 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 또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품 경제 시절의 증시 호황과 달리 최근 호황은 ‘기업 실적 호조’ 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나카타 세이지(中田誠司) 다이와증권 사장은 이날 신고가 경신을 두고 “일본 경제가 여러 의미에서 크게 변했다는 증거”라며 “연말까지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닛케이지수가 4만300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대부분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많이 늘었다”며 “특히 AI, 반도체, 자동차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정책의 효과는 지난해부터 주가에 반영이 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올해부터 비과세제도를 더 강화하는 NISA가 시행되면서 배당주들도 올라 증시를 부양했다”고 분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