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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팔 못 들고 극심한 통증”…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로 치료

입력 | 2024-02-23 03:00:00

어깨 사용 늘며 회전근개 파열 흔해져
심하면 골관절염 동반돼 치료 어려워
반치환술-약물로만 통증 관리했지만
새 치료법 개발돼 관절 기능도 회복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전윤상 교수(오른쪽)가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농사를 짓는 박명순(가명·79) 씨는 몇 년 전부터 일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도 왼쪽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박 씨는 집 근처 한의원에서 수십 차례 침술 치료를 받고, 다른 병원에선 20회 이상의 주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어깨 통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왼쪽 팔을 아예 들어 올리지 못하는 상태까지 악화하자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 전윤상 정형외과 교수는 박 씨의 상태를 진찰해 본 후 “신경마비는 아니지만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가성마비’가 의심됐다”고 진단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는 회전근개(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근육과 힘줄)에 광범위한 파열이 확인됐다. 엑스레이 촬영에서는 골관절염까지 동반된 소견도 보였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박 씨에게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어깨 관절을 해부학적 구조와 반대 형태인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수술적 치료를 진행했다.

수술 이후 박 씨는 현재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수술 전 올라가지 않았던 팔이 현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며 “농사일이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상태”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와 스포츠 활동 증가 등으로 어깨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회전근개 파열이 흔히 일어난다.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어깨는 다빈도 질병 중 입원까지 하게 되는 10번째로 흔한 부위다.

회전근개 파열이 심하면 골관절염까지 동반되는 ‘회전근개 관절 병증’으로 진행된다. 회전근개 관절 병증은 치료가 쉽지 않다. 점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아예 팔을 능동적으로 들어 올리지 못할 수도 있어 인공관절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이른다.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은 우리 몸의 위팔뼈(어깨에서 팔꿈치로 이어지는 긴 뼈)와 날개뼈가 이루고 있는 어깨 관절을 인공 치환물로 바꾸는 수술이다. 날개뼈의 소켓 부분에 반구 형태의 치환물을 넣고, 위팔뼈에 소켓 모양의 인공 삽입물을 넣어 회전근개를 복원하지 않더라도 삼각근의 힘만으로 팔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봉합이 불가능한 회전근개 파열과 관절염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통증 회복의 목적으로 반치환술(상완골두 부분만 인공관절로 대체)이나 단순 통증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를 시행했으나 팔을 드는 기능은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 개발되면서 통증 완화뿐 아니라 기능 개선이 이뤄져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은 어깨 관절의 기본 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마지막 수술법이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경험이 많은 숙련된 전문의에게 진료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 교수는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은 어깨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능 회복과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수술 방법이라”며 “체중이 실리지 않는 어깨에 적용하면 마모가 적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