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그럼 나는 중간에서 그 친구의 손을 잡고 화해를 시키는 입장이 된다. “너희들은 사는 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서로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도 없고, 설령 말로 상대방을 이긴다고 해도 달라질 것 없는데, 이런 정치적인 문제는 고양이 발톱처럼 감추고 살면 안 될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술잔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오래된 우정을 지키는 길은 하나뿐이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 지나온 귀중한 우정의 시간은 다시 올 수 없고 만들 수 없으므로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발전되면서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성자 옆에 전기적으로 중성적 성질을 띤 입자가 하나 더 있어야만 했다. 전기적 극성을 띠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중성자라고 불렀다. 중성자는 원자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중성자를 발견한 공로로 영국의 제임스 채드윅은 193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우라늄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핵분열이 일어난다. 이 핵분열 과정에서 감마선과 중성자와 함께 엄청난 열에너지가 방출된다. 중성자에 의해 생긴 핵분열 반응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원자폭탄 같은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가 된다. 하지만 연쇄반응의 속도를 조절하면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세상은 양전하(+)와 음전하(―)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거의 열기가 과열되는 현실에서, 대립하는 두 극성을 하나로 융합하는 중성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봄이 오고 있다. 동창을 만나 학교 후문 평양냉면집에서 얼음이 둥둥 뜬 냉면에 막걸리 한잔하는 봄날이 기다려진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