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알렉세이 나발니(48·사진)가 급작스럽게 숨졌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산책 후 의식을 잃은 나발니가 응급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가족과 지지자들, 그리고 서방 국가들은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중입니다.
사실 나발니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엣가시였습니다. 나발니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000년 러시아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2008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러시아 고위 정치인과 기업가들의 부정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젊은층을 기반으로 자신의 지지 세력을 넓히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게 됩니다. 2013년에는 인민자유당 대표로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2019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의 출마가 막히자 다른 야당 지지를 선언해 선거판도를 바꾸면서 단숨에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합니다.
이 때문에 나발니는 이전에도 이미 한 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었습니다. 2020년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발니는 의식을 잃었고 비행기는 비상착륙해 독일 병원으로 그를 이송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그의 몸에서 노비초크 흔적이 발견됩니다. 노비초크는 옛소련 시절 개발된 화학무기로 국제적으로 금지된 약물입니다. 암살 의혹이 제기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끝내 부인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발니는 흑해 근처에 총 13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들인 푸틴 대통령의 초호화 비밀궁전이 있음을 폭로했습니다. 결국 5개월의 치료 끝에 회복돼 러시아로 돌아오자마자 체포됩니다. 그리고 극단주의 활동·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 받고 수감됐습니다.
만약 암살 의혹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나발니가 푸틴의 지지율을 위협했기 때문일 겁니다. 나발니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었고 다음 달 푸틴의 재선을 결정지을 선거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푸틴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나발니가 아니라 러시아 국민 아닐까요? 그의 죽음 이후 러시아 내에서 그에 대한 추모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그의 부인인 율리야 나발나야(48)에게 오히려 러시아 대중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