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후 교사업무 떠맡아 “차라리 교감 그만두겠다” 불만 교사들, 승진코스 보직교사도 기피
22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2023.2.22/뉴스1
“제가 교감 자질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시 교사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관할 교육지원청을 찾아 “교감을 못 하겠다. 평교사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이례적인 인사 발령을 요청했다. 교장과 교사들 사이에 끼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학교의 교원 정원이 줄거나 교감 직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교감이 교사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감을 여러 번 설득해 겨우 달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숨진 뒤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현장 교사 업무 중 상당수가 관리자인 교감에게 옮겨졌다. 대표적인 것이 학부모 민원 대응, 학생 분리 지도 등이다. 그러자 최근 교감들이 불만을 나타내며 “차라리 교감을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올 1학기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2학기에 전면 시행 예정인 늘봄학교도 교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상당수 학교에서 ‘늘봄학교 지원실장’을 교감이 겸임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감들 사이에선 “늘봄 준비하랴, 안 하겠다는 교사들 설득하랴 우리만 이리저리 치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감이 기피 직책으로 분류되면서 교감으로 승진하는 중간 코스인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직을 맡으면 승진 가산점을 채울 수 있어 교감이 되기에 유리하다. 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교사 4648명을 대상으로 ‘올해 보직교사를 맡을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78.8%(3662명)가 ‘없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