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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집회 대응용 캡사이신 희석액 888L 대량 구매

입력 | 2024-02-23 03:00:00

“불법-폭력집회땐 엄정 대응할 것”
경찰 안팎 “실제 분사 가능성 낮아”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불법 집회에 대비해 캡사이신(고추 추출물) 분사 장비를 멘 채 이동하고 있다. 23.05.31. 뉴시스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투쟁 선포 대회 등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대량의 캡사이신 희석액 구매에 나선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경찰 내부에선 “불법 집회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위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총 888L 분량의 캡사이신 희석액을 구매하겠다는 공고를 14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게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특정 집회를 염두에 두고 캡사이신을 실제로 사용할지 방침을 미리 정하진 않는다”면서도 “집회가 불법·폭력 성격을 띠게 되면 집회 주체가 누구든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캡사이신은 내부 훈련에서의 사용 등 여러 목적을 갖고 정기적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민노총이 도심 한복판에서 노숙 시위 등을 이어가자 불법·폭력 시위에 한해 캡사이신을 분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과거 제정한 ‘분사기 활용 규칙’에는 △불법집회로 생명·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 안전에 대한 위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캡사이신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집회 진압 추세를 고려할 때 경찰이 실제로 캡사이신을 분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집회에서 가장 최근 캡사이신을 사용한 건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에서 열렸던 관련 시위가 마지막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회나 교사 집회의 경우 스스로 규율을 잘 지키는 편이어서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일이 사실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22일 오후 전국 경비경찰 워크숍을 열고 향후 경비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청은 올해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