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작별 앞둔 ‘찐팬’들… 막바지 ‘푸바오 타임’ 동행 하루 7000여명 ‘판다 가족’ 찾아 한달 용인살기, 손거울 굿즈 제작도 “4월 송환되면 中으로 만나러 갈것”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가 귀여운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고 있다. 4월 초 중국으로 송환되는 푸바오는 검역 등을 위해 다음 달 3일까지만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에버랜드 제공
20일 오후 3시 30분경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 앞에 안내된 대기 시간이었다. 입장 후 5분씩만 허용되는 푸바오 관람을 위해 3시간 10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이날 판다랜드 방문객은 총 7000여 명이었다.
2020년 7월 국내 첫 자연 번식 판다로 태어난 푸바오(福寶)는 2021년 1월 4일 첫 공개 이래 약 54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22일까지 판매된 굿즈만도 약 270만 개다. 4월 초 중국 송환이 결정된 지금, 푸바오를 보려는 사람들로 에버랜드 판다월드는 연일 붐비고 있다. 푸바오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본보는 20일 에버랜드에서 푸바오 ‘찐팬’(진짜 팬을 의미하는 유행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푸바오 보려고 방 얻었어요”… ‘유대감’ 향한 팬덤
푸바오 ‘찐팬’ 박미진 씨(왼쪽), 나경민 씨가 2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 내 교육장에서 판다 관련 굿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들 모두 푸바오와 바오 가족(판다 가족 및 사육사들)이 보여 주는 스토리에 빠졌다. 푸바오에게 빠지기 전부터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의 팬 활동을 해왔다는 박 씨는 “사람 사이에서도 얻기 힘든 유대감을 동물에게서 받는다”고 했다. 나 씨는 “푸바오가 사육사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대가가 없는 사랑이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쑥쑥 자라는 푸바오의 모습도 이들에겐 만족감을 주는 지점이었다. 장 양은 “조그마할 때부터 (푸바오를) 봤는데, 쑥쑥 크니 더 귀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영관 사육사는 “저희와 어미 판다가 푸바오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귀여운 아이를 키우는 듯한 대리만족을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2020년 탄생 당시 197g에 불과했던 푸바오의 몸무게는 현재 103kg에 달한다.
푸바오는 중국 송환을 위해 다음 달 3일까지만 공개된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의 중국어 지시 적응을 위해 중국어를 공부해 푸바오에게 중국어로 말을 건네고 있다. 이날 모인 찐팬들은 저마다 중국으로 푸바오를 보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푸바오가) 떠난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푸바오가 적응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사랑스럽고 무해한 매력에 흠뻑
사람들은 왜 푸바오에게 빠진 걸까. 전문가들은 푸바오 열풍의 이유로 판다 가족이 가진 ‘무해함’과 ‘가족애’를 꼽았다. 팬들 사이에선 푸바오를 보며 ‘힐링’한다는 이가 많다. 김혜원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있는데 이때 작고 귀여운 아기나 동물을 보면 굉장히 ‘무해한 존재’로 인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푸바오 식구들이 가진 ‘가족 스토리’에도 주목했다. 애교와 장난이 많은 엉뚱한 아빠 러바오와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은 엄마 아이바오, 두 성격이 번갈아 나타나는 푸바오 등 판다 가족은 각자 캐릭터가 뚜렷하다. 이를 본 팬들은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는 듯한 재미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진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로 판다 가족을 지켜본 팬들이 에버랜드에 가서도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용인=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