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위 日시설 이양 절차 마친 원주 보문사 주지 해운 스님
지난해 9월 일본 도치기현 세이타이지 주지 나카지마 야스요시 스님(오른쪽)이 강원 원주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사 주지인 해운 스님에게 봉안당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해운 스님 제공
“이르면 올가을,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됐다가 희생된 조선인 무연고자들을 위한 합동 위령제를 지내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치기(栃木) 현세이타이지(靑泰寺) 주지 나카지마 야스요시(中島泰義) 스님이 절이 소유하고 있던 봉안당 시설을 강원 원주시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사(주지 해운 스님)에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보문사에서 만난 해운 스님은 “한일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던 나카지마 스님이 ‘양국의 미래를 위해 좋을 곳에 써 달라’며 기증했다”면서 “스님의 뜻을 고려해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됐다가 희생된 조선인 무연고자들의 유골을 찾아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승려가 봉안당을 기증하다니 뜻밖입니다.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강제징용 무연고자 유골을 찾아 모실 계획이라고요.
“일본 내 사찰에는 일제강점기에 끌려갔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위패와 유골이 모셔진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 무연고자라 이제는 찾는 사람도 없지요. 이름이나 유골이 남아있는 것도 있지만 성만 쓰여 있거나 그도 아니면 강제징용자 여러 명이 함께 묻혔다고 알려진 장소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런 분들을 찾아서 모셔 오려고 하지요.”
―보문사는 작은 절인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합의에 따라 ‘한일 유골협의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실태 조사를 통해 일본 전역에 2800여 위의 조선인 강제 징용자 무연고 유골이 있는 것을 파악했지요. 하지만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현재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요. 저도 사실 시작은 했지만 막막하긴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당시 정부가 파악한 것은 2800위이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많이 찾아 모셔야지요. 나카지마 스님은 필요하다면 앞으로 시설과 땅을 더 기증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승려도 이러는데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단지 제 능력이 그걸 해낼 만큼 될는지…. 가능한 한 많이 찾아 이르면 올가을 일본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싶습니다. 백 년 가까이 타국을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 과거사로 인해 늘 갈등을 겪는 양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